[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최근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근래에는 정치권마저 구조조정에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구조조정 현장으로 달려갔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를 찾아 "협력사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도 대우조선으로 달려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부산 상공회의소를 찾아 상공인들에게 조선·해야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들었다.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 개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왜냐하면 정치 개입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앞장서서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구조조정의 고통은 줄고 성과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가 사사건건 시시콜콜하게 개입하면 본질은 꿰뚫지 못하고, 껍데기만 다루다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사회는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 때 익히 경험했던 일이라 누구보다 정치권의 개입이 독인 줄 잘 알고 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는 자산 매각, 인건비 삭감, 시설 투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수십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줄이고 경영을 정상화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치러진 총선 전부터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던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권은 아직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도 정리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 청사진 마련도 늦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속도가 생명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이래저래 말만 무성할 뿐, 어느 것 하나 실체를 갖고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
특히 '시급성'을 강조했던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였다. 정부는 한 달 전 78조원의 빚을 짊어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숨넘어갈 듯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고도 '한국형 양적완화', '자본확충펀드' 등을 둘러싸고 재원 논란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정치 개입을 정부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김종인 대표가 "이 정부가 자금만 지원하고 시늉만 내다가 다음 정권으로 떠넘길 것"이라고 꼬집어 말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구조조정 문제에 정치권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숙련된 집도의에게 수술을 맡기듯, 정부가 지휘봉을 잡고 경제논리에 맞춰 하나하나 봉합해 나가는 게 정답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국가 경제 재편의 시금석이다. 단순 기업 개편으로 그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 계획을 치밀하게, 정확하게 밀어부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집단의 눈치를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전권을 가지고 전두지휘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정치권의 개입에 대해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기업과 대주주, 노조에까지 필요하다면 쓴소리를 던져야 한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할 때다.
박진아 경제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