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촌, 겨울방학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강, 종강과 상관없이 꾸준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필자 주위만 해도 많은 친구들이 고시나 국가시험 등 다양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흔히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만큼 외롭고 힘든 일인 것이다. 오늘, 변리사 시험을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한 친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안녕! 자기소개 부탁해.
스물다섯 살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OO이야. 변리사 시험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8개월째 준비 중이야.
- 변리사라는 직업은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사실 나는 대학 와서 처음 들어봤어.
사실 나도 그래.
- 그래? 나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웃음)
(웃음) 특허를 낼 때, 그 발명이 다른 것과 겹칠 수도 있고 아예 특허를 받을 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잖아. 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변리사의 역할이야. 특허청에서 거절결정이나 반려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 그럼 서류 작성이 주 업무야?
응, 그렇지. 서류 작성이 주 업무야. 그런데 서류를 작성해도 거절결정이 되는 경우가 있단 말이야. 이 때 변리사가 그 발명을 보정해서 고객이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반적인 일을 해.
또, 기업 간 특허 관련 소송이 있을 때도 (침해금지소송) 특허 관련 범위를 정확히 알고 있는 변리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변호사가 소송을 주관하긴 하지만 변리사는 이에 견해를 낸다던지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
- 아, 그럼 소송 시에는 서브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될까?
응. 그런 의미라고 볼 수 있지. 특히 침해금지소송 같은 경우에는 특정 로펌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이 때, 로펌 내에 있는 변리사 변호사가 함께 팀을 꾸려서 소송을 준비한다고 해.
- 그럼 변리사 되면 로펌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응. 로펌에서 변리사를 따로 채용해. 물론 변호사와 하는 일은 조금 다르지만.
- 아 그렇구나, 그럼 변리사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어. 1차는 2월 말에 보고 모든 문제는 객관식이야. 2차는 8월에 보고 논술식이야.
1차 시험 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 자연과학, 영어 총 네 가지인데 영어는 토익 750점만 넘으면 돼서 보통 앞에 세 과목만 시험 봐. 각각 40문제씩. 그리고 산업재산권법 안에는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이 있고, 민법은 민법만, 자연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네 가지가 열 문제씩 다 나와.
- 그럼 1차만 총 8과목?
응. 보통 세 과목 평균 70 초반에서 합격선이 정해져.
- 와…. 많다. 2차 시험도 있잖아.
응. 2차 과목은 네 가지가 있어.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전공과목, 이렇게 네 개야. 전공과목은 수험자가 선택하는 건데 회로이론, 기계공학, 화학공학, 토목 등등 기술 관련 과목으로 다양해.
- 그럼 너는 뭐 선택할거야?
나는 과가 전기전자공학과이기도 하고 회로이론이 점수 따기가 쉽다고 해서 그걸 할까 생각중이야.
- 1차 2차 둘 다 정말 많다. 공부하느라 힘들지는 않아?
솔직히 힘들기는 힘들지.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3때 보다 훨씬.
- 주로 공부는 어디서 해?
학교 도서관에서. 밥 먹을 데도 있고 해서 학교가 편해. 겨울방학 시즌에 학교 가면 변리사 책 들고 공부하는 사람들 종종 찾아볼 수 있어(웃음).
-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돼?
사람마다 다르고 그 때마다 다르기는 한데 대체적으로 나는 아침 여덟시 반쯤 일어나 학교에 열시에 도착해. 그리고 그 때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계속 하다가 새벽 열두시 정도에 집에 와.
- 하루 종일, 매일 공부만 하는 거 같은데 가장 힘들 때는 언제야?
음…. 일단 공부를 해도 해도 점수가 안 오를 때? 특히 자연과학 같은 경우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교재 외 범위에서도 문제가 많이 나와. 그래서 그런 경우는 찍는 수밖에 없어. 실제로 인강 선생님도 찍으라고 해. 그리고 친구들은 다 노는데 나는 못 놀 때 특히 힘들지. 나는 워낙 노는 걸 좋아하거든. 그리고 공부를 하루 종일 하면 눈도, 몸도 아픈 상태로 쓰러지듯이 잠드는데, 다음 날 바로 또 다시 공부하러 가야돼. 그럴 때 정말 힘들어.
- 변리사 시험도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 어려운 시험인데 변리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뭐야?
전문직에 대한 매력이지.
- 무슨 매력?
일반 회사를 가게 되면 좋게 말하면 회사의 구성원이 되는 거지만, 그게 아니면 그저 회사의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살다보면 나만의 무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아직 들어 가보지 않아서 제대로 모르기는 하지만(웃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큰 사람이라 내 능력이 많다고 생각해. 그리고 일반 회사에서는 내 능력을 오롯이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왜 하필이면 변리사야? 전공이랑 맞아서 그런 거야?
공대에 와서 선택할 수 있는 길 중 하나가 바로 변리사야. 비록 다른 것도 많긴 하지만. 사실 ‘한 번 해보기나 할까’로 시작한 마음이 커. 좀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됐거든.
- 그렇구나. 이제 정말 1차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시험을 앞 둔 심정은 어때?
후회가 돼……. 공부 안 한 게…….
- ……. 그게 다야?
응……. 왜냐하면 마지막 모의고사를 봤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왔거든. 처음에는 절망했는데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 그래도 한 두 달만 더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 사실 이전엔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았거든. 요즘 열심히 하면서 생각했는데 이런 생활을 한 두 달만 더 했어도 붙지 않을까? 싶어.
- 아니야, 남은 시간이라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거야!
2주 남았는데?
- …….
…….
- (웃음)
(웃음)
- 그래도 파이팅하고…. 좋은 결과 있길 바라!! 힘내!
고마워. 열심히 할게!(웃음)
시험기간에 공부하기도 힘들다고 투덜댔는데 매일 매일 공부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새삼 존경스러웠다. 1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 그의 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계속 지켜본 입장으로서 그의 지난 8개월을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싶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의 인생에서 지난 8개월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꿈을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모든 대학생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