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두근반 세근반' 선생님 영정앞에서
2016-05-29 14:21:06 2016-05-29 17:24:22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세월호 참사의 상흔이 남아있는 진도 팽목항 분향소. 희생자 304명의 사진 앞에는 과자와 편지 같은 것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참사 초기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 21명의 팽목항 방문에 동행한 기자는 분향소 안에 걸린 고등학교 은사님의 사진을 보고 참사 초기의 당혹감을 다시금 떠올렸다.
 
사고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부장교사로 재직 중이었던 고 박육근 선생님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기자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옆반 담임이자 미술 선생님이셨다. 수업 첫 시간 ‘두근 반 + 세근 반’ 이라는 썰렁한 말로 자신을 소개했던 박 선생님은 평소 무뚝뚝한 분이셨다. 그러나 우연찮게 그분의 교무수첩을 보고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됐다.(펼쳐진 것을 우연히 본 것이니 용서하시길) 당신이 맡았던 반 학생들에 대한 인상과 애정, 지도 의지를 적어놓은 글귀들을 접하고 내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참사 당시 몇몇 학생들을 데리고 배 밖으로 나왔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슬퍼하는 와중에 ‘그 분이라면 그러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더민주 당선자들은 팽목항에서 박 선생님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를 찾아 묵념했고, 배를 타고 나가 참사 해역을 둘러 봤으며,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통과 방안을 논의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당선자들에게 정부가 인양 등의 문제에 적극 나서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초기에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었다. 그만큼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인천 해양경비안전본부를 찾아 해경의 교신음성 저장장치를 요구하는 실지 조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조위 활동이 6월 말에 종료된다는 정부의 주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7월 말로 예정된 선체 인양과 이후 진상조사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아보인다.
 
그날 이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쌓여가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 기억의 정도는 더 커지고 있다. 기자가 그럴진대 아직까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팽목에 머무는 반나절 내내 ‘해결된 것은 없고, 갈 길은 멀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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