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석 기자] 한국이 통화스화프 협정 체결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자국과 경제적으로 중요한 신흥국가와의 관계 강화차원에서 특혜적 조치를 해준 것이란 내용의 한국은행 보고서가 발표 직후 급히 회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 따르면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미 연준과 신흥시장국간 통화스와프 체결의 배경: 세계경제 지배질서의 변화'(금융경제연구 제395호)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세계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등 신흥시장국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세계경제지배 질서가 부상하자 미국은 이들 주요 신흥시장국과의 유대를 강화할 목적으로 특혜적 조치인 통화스와프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4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통화스와프란 자국 통화와 상대국 통화를 교환하는 거래로, 한은은 국내 달러 수급난을 덜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300억 달러 규모로 거래를 체결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G20 의장국에 포함된 한국, 브라질과 인접국인 멕시코 등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제공하고, 인도네시아처럼 영향력이 약한 국가의 통화스와프 요청은 거절한 데서 미국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은행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보고서를 회수한 진짜 이유는 보고서의 주장대로 만일 미국 측에서 재무부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했다면 한국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우선 협상파트너가 됐을 것이기 때문에 "미 연준과 한은이 협상을 주도했다"는 한은의 기존 주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기 되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를 미 정부가 아니라 미 연준이 독자적으로 체결했다는 사실을 간과해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긴급 회수한 것일 뿐, 다른 배경은 없었다"며 "조만간 내용을 수정해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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