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산 열연강판에 이어 냉연강판에 최대 6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부과·확정 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 업체들이 깊은 한숨을 짓고 있다. 철강 업체들의 다변화된 수출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인도·영국에서 만든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했다. 당장 포스코와 포스코대우는 반덤핑 6.32%, 상계 58.36%로 가장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반덤핑 34.33%, 상계 3.91%로 총 38.24%, 이외 한국 철강 업체들은 24.24%가 부과됐다.
특히
포스코(005490)의 경우 영국(25.56%)이나 인도(17.60%) 등 다른 나라 철강 업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관세를 부과 받았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최고 60.9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열연강판은 총 7억639만 달러 규모로 포스코가 전체의 약 75~80%(85만톤 수준)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방콕에서 기자들과 만나 “UPI(미국 철강사 USS와 포스코 합작법인)가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덤핑 관세 판정이 나면서 부담을 지게 되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은 우리나라 철강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60%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할 경우 철강 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시장 경쟁력 역시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수익성도 하락하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산업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높게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얘기해 철강뿐 아니라 국내 다른 산업들까지 확대 적용할 경우 그 피해는 천문학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보호무역주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올해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과 상계관세 제소 관련 인력을 38명이나 증원했다”고 말했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자국 산업의 보호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철강 업체들의 다변화된 수출 활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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