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옷과 스마트폰이 하나가 되는 '스마트 의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1세대 스마트 의류가 평범한 옷에 각종 칩과 전자기기를 부착한 'IT 기기'의 성격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원단이나 의류 자체에 IT 기술을 녹이며 '패션을 입은 스마트함'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겨울을 앞두고 출시되고 있는 발열재킷의 경우 3~4년전까지만 해도 주렁주렁 달려있던 컨트롤러와 리모콘을 스마트폰 연동 앱으로 대체하며 한층 가볍고 편안해진 '옷'의 모습을 하고 있다.
3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온도·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량다운 '카디프H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등판 안쪽에 발열 섬유를 넣었는데 세탁할 때 따로 떼어낼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지난해 해당 기능을 넣은 헤비다운을 시험적으로 출시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 올해 보급형 경량 다운에도 확대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블랙야크는 발열재킷 이외에도 심박수 측정 의류 등을 판매 중이다. 스마트 의류 전체 판매 종수는 지난해 4종에서 올해 7종으로 늘렸다.
2013년 NFC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슈트를 선보였던
삼성물산(000830) 패션부문은 올해 발열 기능의 스마트 의류 '히트 스퀘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등판에 부착한 손바닥 두개 크기 발열 원단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절하는 옷이다. 과거 스마트슈트가 NFC 칩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핸드폰 무음전환, 전화차단, 명함 문자 전송 등 부가적인 기능에 집중했다면 히트 스퀘어는 은사 발열 원단을 적용해 보온이라는 옷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다. 구리보다 내구성이 강한 은을 통해 옷이 구겨지더라도 발열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은사 원단 자체가 가볍고 유연해 착용했을 때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의 잡화 브랜드 쿠론은 내년 초 스마트백 '글림'의 두번째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림은 가방 속에 있는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면 겉면 엠블럼이 불빛이 반짝이도록 한 핸드백으로 지난해 출시돼 인기를 끈 바 있다.
단순한 기능이나 디자인 변화만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패션업계에 퍼지며 스마트 의류 출시는 꾸준히 확산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으로 무게나 거추장스러움은 줄이고 편의성과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작아진 점도 시장 확대를 기대하게 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향후 5년간 스마트의류 시장이 연평균 6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간 40만개에 불과한 스마트의류 출하량이 내년 220만개, 2020년 1560만개로 늘어 전체 시장의 7.3%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스마트 의류 초기 단계라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액세서리 형태의 디바이스 대신 스마트 의류가 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이 블랙야크의 발열 기능 스마트 재킷 '카디프H 다운재킷'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랙야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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