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안소연씨(25·여)는 지난해 8월까지 국가기술자격 시험을 준비하다가 취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부족한 스펙에 수차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안씨는 올해 초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기반으로 채용 연계형 인턴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3월 인턴으로 입사해 현재 정직원으로 전환된 상태다.
NCS라는 방식이 낯설었지만 오히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일반 공개채용보다 수월했다. 서류전형이 없는 데다, 일률적인 스펙보단 직무능력 중심으로 전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안씨는 “일반 채용에선 뭘 보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기소개서를 보는 건지, 학벌을 보는 건지, 자격증을 보는 건지 모르다보니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다 준비해놔야 했다”며 “반면 NCS 채용에선 직업기초능력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업무와 관련 없는 도형추리 등 수리 부분이 많이 배제되고 문서이해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의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NCS는 직업·직무(대분류)를 능력단위(중분류), 능력단위 요소(소분류)로 세분화한 뒤 각 요소별로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평가항목으로 정리한 일종의 평가지침이다. 쉽게 표현하면 일의 기준 내지는 표준으로, 직업교육과 채용, 인사관리 등 전 부문에 활용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는 똑같은 직무에 있어서도 일하는 사람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일의 노하우가 축적되기보단 기존의 기술이 사장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다시 그 기술이 사장되는 일이 반복돼왔다. 이는 일과 기술의 통용성을 제한시켜 산업현장의 교육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채용에 있어서는 학벌과 어학능력점수 등 일률화한 스펙이 기준이 돼 사회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구직자는 불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교육비용을 지출하고, 사업체는 불필요한 스펙만 많은 구직자를 채용함으로써 추가 훈련비용을 지출하는 식이다. 신규 입사자의 높은 이직률 또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NCS다. 양기훈 NCS센터 원장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일의 표준이 만들어지고, 그 표준에 맞게 학습되거나 훈련된 사람들이 산업계에 진출하니 기업에선 별도의 교육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기술의 통용성이 제한됐던 부분도 이제는 명확한 기준이 생겼으니 믿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25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능력중심채용 확산을 위한 인사담당자 설명회'에서 권기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이 'NCS 능력중심 채용 정책방향 및 준수사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NCS를 기반으로 한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달 말 현재까지 230개 공공기관이 NCS 컨설팅을 지원받았다. 올해에는 155개 기관에서 1만4948명에 대해 NCS 기반 채용공고를 냈으며, 이 중 130개 기관이 9403명을 채용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435개 기업이 컨설팅을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교육·훈련과정에서는 현재까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547개교와 전문대학 92개교, 2만645개 직업훈련과정(폴리텍대학 2474개 과정, 민간 1만8171개 과정)에서 NCS가 활용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NCS의 최대 강점은 구직자의 직무 이해도를 높여 이직률과 불필요한 비용을 낮춘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기업에서 직무에 정확하게 해당하는, 또 준비된 사람들을 뽑게 되니 허수지원에 따른 채용비용은 물론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취업자들은 입사 전부터 직무를 공무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몰입도와 열정, 적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CS 채용은 스펙 중심 채용의 대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NCS 개발을 주도한 산업인력공단의 박영범 이사장은 “스펙의 본래 뜻은 사용설명서다. 그런 점에서 스펙은 필요하다. 문제는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이라며 “NCS는 일하는 데 필요한 진짜 스펙만 쌓으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히려 쓸데없는 스펙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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