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뿌리 뽑기에 나섰다. 과징금 기준을 상향하고 입찰을 제한하는 등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아울러 실질적인 처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종 처벌 감경요소도 크게 축소될 예정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입찰 담합 등 위법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공정거래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상·중·하 단계별로 입찰 담합 관련 매출액 기준이 상향 조정된다.
상은 2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중은 100억~200억원에서 400억~1000억원으로, 하는 100억원 미만에서 400억원 미만으로 기준이 상향된다.
과징금 산정기준이 관련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더 높은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과징금 감경 요소도 대폭 축소돼 실질적인 처벌 강도가 더욱 강화된다. 조사협력 감경률 상한이 기존 30%에서 20%로 낮아지고, 자진시정의 경우 50%에서 30%로 축소된다.
재정 상태에 따라 과징금을 삭감해줬던 기준도 강화한다. 입찰 담합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이 낮다는 건설업계 안팎의 지적이 대거 반영된 것이다.
현재는 자본잠식 상태 또는 가까운 장래에 자본잠식이 예견되는 경우 50% 이내 감경이 가능했지만 향후에는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로만 한정된다.
30% 이내 감경 기준도 신설, 세분화했다. 부채 비율 300% 이상이거나 부채 비율 200% 초과하면서 동종 업종 평균의 1.5배 이상, 직전년도 당기순이익 적자, 2차 조정 과징금이 잉여금 대비 상당한 규모일 경우 30% 이내 과징금 감경이 가능하다.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은 19일로 행정예고 기간이 종료됐다. 공정위는 내부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최종 확정, 시행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이어 건설 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담합 처벌기준을 강화한다. '건설기술진흥업무 운영규정' 개정안에는 담합 또는 비리가 발생할 경우 현재보다 강화된 감점기준이 반영됐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담합으로 과징금을 내게 된 업체에는 턴키 등 기술형입찰 설계심의 시 10점의 감점이 2년간 부과된다. 또 심의위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비리·부정행위를 한 업체에는 기존보다 5점 높은 15점이 감점된다. 이 경우 감점부과 기간인 2년간 턴키 참여가 사실상 제한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턴키 등 기술형 입찰에 담합·비리가 근절되고 기술경쟁을 통한 건전한 설계심의 문화가 정착돼 국내 건설업계의 기술력이 증진되고 더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입찰 담합 삼진아웃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이 발의한 건산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기간 제한 없이 담합으로 3번 이상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건설 면허를 말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규제가 너무 과하다는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소규모 공사의 경우 사장까지 보고가 안 되고 영업부서장 재량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 의지와 상관 없이 영업 직원의 욕심으로 입찰 담합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간 제한 없이 3회 적발 시 퇴출하게 되면 면허 대량 박탈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일각에서는 페이퍼컴퍼니나 부실 하도급업체의 경우 면허를 박탈당해도 이름만 바꿔서 다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 페이퍼컴퍼니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입찰 담합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건축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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