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 다시 신경전을 이어갔다. 무대는 세계의 이목이 쏠린 CES였다.
발단은 삼성전자였다. 자사 QLED TV 공개 행사에서 굳이 LG전자의 OLED TV를 나란히 비교 전시한 것 자체가 의도성이 짙었다. 삼성전자는 QLED가 OLED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며 OLED 경쟁에서의 석패를 만회하려 했다. LG전자도 즉각 반발했다. "LCD는 LCD일 뿐"이라며 QLED로 이름을 고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되받아쳤다.
LG전자의 'LG SIGNATURE 올레드 TV W'. 사진/LG전자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4일(현지시간) 'CES 2017' 사전행사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퀀텀닷 3세대, QLED TV에 대해 "현존하는 QLED TV와 OLED TV와의 비교 자체는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Q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LG전자의 OLED TV를 나란히 전시하며 정면승부를 선포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 역력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퀀텀닷이 가진 단점을 이번 신제품에서 모두 해결했고, 프리미엄 OLED TV와 나란히 놓고 보더라도 우위에 있음을 입증했다"며 LG전자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QLED TV가 백라이트 없는 자발광이라면 비교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LCD TV의 한 종류일 뿐"이라며 "퀀텀이 색 재현율이 좋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시야각, 밝기 등에서 LCD가 갖고 있는 단점들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QLED 명명에 대한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삼성은 QLED, 중국업체들이 ULED나 GLED 등의 이름을 혼재해서 쓰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QLED를 보통명사화 하려는 삼성전자의 계획을 후발주자인 중국의 행태와 동일시 시켰다. 글로벌 TV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QLED TV' 75형 Q8C. 사진/삼성전자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도 "학계의 일반적 이야기는 퀀텀 자발광 소재인 경우를 QLED라고 한다"며 "삼성이 QLED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퀀텀 시트를 사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들도 QLED TV가 여전히 LCD(액정표시장치) 기반 제품이고, 자체발광을 하고 있지 않아 이름에 LED(발광다이오드)를 붙인 것 자체가 "소비자 호도"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로서는 OLED TV의 화질과 표현력, 다양한 활용과 기술개발이 훨씬 우월하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 부회장은 "OLED는 화질뿐 아니라 월페이퍼, 롤러블, 투명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사운드가 직접 울리는 자사 크리스탈 사운드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며 "현존하는 퀀텀닷 시트와는 비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도 맞대응했다. 각 디스플레이가 가진 장단점이 충분히 있고, 퀀텀닷이 가진 단점은 기술로 해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가 왜 자발광을 계속 강조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자발광은 명암비, 시야각 외에 장점이 없는데 자발광을 해야 TV 기술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발광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술로 명암비와 시야각 문제를 해결하면 되고,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 수 있는 기술이라면 더욱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OLED의 가장 큰 걸림돌인 가격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읽힌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업계는 한숨만 내쉬었다. "각 국에서 몰려든 바이어들과 미디어로 가득한 글로벌 행사장에서 서로를 향한 날선 공방이 과연 무엇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창피하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사건이 마무리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불필요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 대표기업으로서의 품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앞서 지난 2014년 유럽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IFA가 진행되던 독일 현지에서 발생한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의 삼성 세탁기 파손사건으로 2년 간의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글로벌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찾을 수 없었다. 양사 모두 이미지만 훼손됐다는 점에서 자성도 없어 보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