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스마트폰에 이어 인공지능(AI) 경쟁에서도 추격자 신세에 놓였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AI 등 미래 IT 경쟁의 핵심 요소들을 모두 놓치면서 제조강국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통신 등 전통적인 IT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금융·의료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AI는 미국이 주도하며 실리콘밸리 파워를 뽐내고 있다. AI는 단순히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응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어를 이해하며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인간의 학습·추론·지각 능력을 갖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AI 파워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존재감은 어떤 참여 기업보다 컸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는 주요 기업들의 전시제품 곳곳에 탑재됐다.
삼성전자(005930)는 알렉사를 탑재한 로봇청소기를,
LG전자(066570)는 알렉사가 적용된 AI 냉장고와 가정용 로봇을 전시했다. 이밖에 포드·폭스바겐 등 자동차 기업들과 레노버·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도 알렉사를 장착한 제품들을 이미 출시했거나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IBM은 AI 소프트웨어 '왓슨'을 내세웠다. 왓슨은 언어나 각종 업무내용을 학습하며 주요 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은행과 호텔, 휴대폰 매장 등에서 왓슨 기반의 AI 로봇 '페퍼'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뒤늦게 SK C&C가 IBM과 손잡고 왓슨을 기반으로 자체 AI '에이브릴'의 학습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17에서 국내 기업 브런트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공기청정기 '에어젯'을 전시했다. 사진/뉴시스
방관자이던 한국은 사실상 추격의 의지도 포기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지능정보화기본법 제정을 비롯해 AI 관련 연구를 확대키로 했지만, 현실을 적시하는 기업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뒤늦게 쫓아봐야 시장만 잃게 된다"며 "활용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고백했다. 스마트폰과 똑같은 양상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세계 모바일 OS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장악했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며 진영을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바다, 타이젠 등 자체 OS를 내놨지만 탈안드로이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제조강국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전문인력을 서둘러 양성하고 현재 AI가 지닌 큰 전력 소모량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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