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안국약품(001540)이 천연물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 출연금 28억원을 받고도 사업 목표인 미국와 중국 진출에 모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국약품은 2013년에 중국 임상시험에서 실패했지만, 미국 라이선스를 조건으로 중국 진출 과제 완료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미국 회사와 체결한 라이선스까지 파기되면서 정부 출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시네츄라의 미국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그라비티바이오(Gravity Bio)사에 최근 통보했다. 양사는 2013년 6월 시네츄라의 해외진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라비티바이오가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의 임상시험 및 개발, 등록, 상용화를 진행하는 게 주 내용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그라비티바이오가 시네츄라의 현지 제품 개발 및 임상시험을 담당했으나 최근까지 임상시험 진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 개발 및 새로운 현지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침가래약 시네츄라는 안국약품이 2011년 국내 발매한 5호 천연물신약이다. 발매 3개월만에 100억원을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28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안국약품은 시네츄라의 국내 성공에 힘입어 해외진출에 착수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되는 수혜도 입었다. 시네츄라는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에서 의약품 부문의 글로벌선도 천연물신약에 선정됐다. 중국 임상시험 완료가 과제 목표였다. 안국약품이 중국 진출을 위해 받은 정부 출현금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8억5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안국약품은 2013년경 시네츄라의 중국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식약청은 시네츄라의 임상시험에서 'REJENT(거절)' 조치를 안국약품에 통보했다. 중국의 자국 천연물의약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 인해 임상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안국약품은 중국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지만 정부 출현금을 반납하지 않았다. 시네츄라의 미국 라이선스 성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중국 진출 과제의 조기완료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한 지 3년이 넘도록 그라비티바이오는 현지 임상시험을 신청조차 하지 않는 등 계약 내용을 전혀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안국약품이 무리한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금 없이 허가와 상용화에 따라 기술료,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국약품은 계약 당시 최대 4350만 달러(약 500억원)의 라이선스 수수료와 로열티를 예상했다.
안국약품은 정부 과제의 사업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 출현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연구 사업에 대한 관리의 허점도 드러냈다. 미국 임상시험이 3년이나 지연되고 있음에도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연구개발비가 계획에 맞게 사용됐는지, 목적 외 사용된 것은 없는지 정산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천연물신약 사업은 2011년 출범해 2014년 사업이 종료됐다. 진출 국가에 따라 미국(428억원), 유럽(183억원), 중국(94억원) 등 사업 규모는 정부와 민간을 합해서 약 717억원(정부 출현금 약 424억원)에 달한다.
동아에스티(170900),
대웅제약(069620),
제일약품(002620),
LG화학(051910)(옛 LG생명과학),
오스코텍(039200) 등의 천연물신약 11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현재 미국 3건, 유럽 1건 등 4건만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모두 현지 진출에 실패했다. 일부 업체들은 자진철회로 지원받은 정부 출원금을 전부 반납했다. 나머지는 조기종료가 타당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예산의 일부만 돌려줬다. 감사원은 2015년 천연물신약 사업에 대한 감사에서 안국약품이 1억가량의 국가연구개발비를 과제 목적 외 사용하고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았다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관리 부실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금액의 회수를 비롯해 연구개발비 정산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미국 진출은 상대사의 과실로 인한 것으로 안국약품의 의지와는 상관 없다"며 "사업 과제에 대한 불성실 실패가 아니라 성실 실패며 관련 사업 경과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매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미국 진출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사업 종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왼쪽)와 마크 위든 그라비티바이오 대표가 '시네츄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안국약품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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