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재인 커피와 트럼프 리조트
2017-05-22 06:00:00 2017-05-22 06:00: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기본은 정직과 소통이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가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 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은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선거 당시 그리고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유권자 중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나치게 계파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지는 않을까,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서투른 대응을 하지는 않을지 염려했다. 그러나 임기 시작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걱정은 믿음과 기대로 바뀌고 있다.
 
파격적이고 간소한 취임 행사 이후 정치권과 국민들을 향해 적극적인 소통을 해 나가고 있다. 열린 경호와 낮은 경호를 통해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가지는 모습도 지난 정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취임 첫날 야당 당사를 방문하고 야당 원내대표와 환담을 나눈 이후로 취임 10일 만에 청와대에서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가졌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문 대통령이 키 작은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는 장면과 5.18 기념식장에서 오열하는 유가족을 말없이 안아주는 장면은 온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기대감은 거의 80~90%에 이를 정도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거의 최상위 수준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인기가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다 보니 대통령과 관련된 소품 또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자주 마신다고 하는 이른바 ‘문재인 커피’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자신만의 커피 원산지별 배합 비결이 있다고 알려졌다. 한 국가의 커피 원두가 아니라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원두의 비율을 4, 3, 2, 1의 비율로 조합한 커피다. 이름 하여 ‘문재인 커피’라고 한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이후 ‘문재인 커피’를 마셔보려는 국민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누군가의 입에는 맞을 것이고 누군가의 취향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커피 맛과는 상관없이 ‘문재인 커피’는 그 자체로 충분한 소통의 소품이 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만날 기회를 가지진 못한다. 그렇지만 더 많은 국민들과 만나 소통하고 싶은 대통령의 의중은 ‘문재인 커피’에 잘 반영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대중의 기호식품이 된 저렴한 커피를 통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셈이다.
 
한국과는 달리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이 불거졌고 이를 덮기 위해 연방수사국(FBI) 코미 국장을 해임한 건으로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고 탄핵 관련 국민여론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에 극비 정보를 알려줘 탈출구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다. 많은 전문가들은 예고된 악재로 설명한다.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웠지만 정작 미국 대중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더 급급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되는 장소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다. 일명 ‘트럼프 리조트’라고 한다. 지극히 트럼프의 사유지에 불과하지만 중차대한 국가 업무가 진행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트럼프 리조트’로 불러들였다. 국가 이벤트를 통해 회원제인 리조트를 마구잡이로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리조트와 뉴욕 트럼프 타워로의 이동과 경호 그리고 보안 유지를 위해 미국 국민들의 엄청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문재인 커피가 친근한 소품이라면 트럼프 리조트는 권위의 상징이다. 커피는 실현 가능한 대상이지만 트럼프 리조트는 미국 국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커피는 소통이지만 트럼프 리조트는 불통이다. 한국은 국정 농단 게이트의 좌절과 실망에서 새 정부의 기대와 희망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반면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한 기업인의 정치 도박으로 전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로 얻는 교훈은 명확하다. 국민을 잊고 불통으로 돌아가는 순간 박수쳤던 지지자들은 성난 맹수로 돌변하게 된다. 문재인 커피가 퇴임하는 순간에도 국민들에게 달달하게 느껴지도록 문 대통령이 반드시 새겨 들어야할 교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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