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넘어 '다자'로 중심 이동…외교안보라인 인사의 함의
강 장관 후보자, 10년 넘게 유엔 근무…정 실장은 ILO, 제네바대표부 근무 이력
2017-05-21 17:14:13 2017-05-21 17:14:1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단행한 외교안보라인 인선내용을 놓고 지난 정부에서 보여온 미국 중심이 아닌, 다자외교를 중시하는 정책기조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경화 신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고등판무관,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유엔에서 각 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업무에 종사해왔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한반도 배치와 일본군 위안부 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과제가 산적한 외교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도 “국제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금 이 시기의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강 후보자가 여성이라는 점도 인선 과정에서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내각 여성비율을 적어도 30%선에서 출발해 임기 내 남녀동수내각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내각 인선 발표대상에 여성을 포함시킴으로써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가 장관직에 오를 경우 외교부 역사상 최초로 여성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그가 '비(非)외무고시' 출신이라는 점도 선임되는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세종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있던 강 후보자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통역한 것이 인연이 되어 이듬해 외교부에 특채됐다. 이런 그의 이력이 이른바 ‘순혈주의’로 뭉쳐진 외교부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러오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는 외무고시 출신 내부 인사가 장관에 오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의장,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다자외교 무대에서 역할을 해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안보의 개념이 군사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외교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정 실장은 외교통상부 근무 시절 통상국장과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지내 통상현안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을 만큼 신망이 두터운 점도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 정 실장은 최근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오는 6월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부 출범 초기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전 정부에서보다 위상이 높아진 국가안보실을 정 실장이 담당토록 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기존 대통령비서실에서 담당하던 외교·국방·통일 정책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했다. 안보실장이 남북관계, 외교현안 및 국방전략 등 포괄적 안보 이슈를 통합 관리해 정책 혼선을 방지하도록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다자외교 기조 속 약해질 수도 있는 대미 관계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외교안보특보 임명을 통해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홍 특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미국통으로 현지에 많은 인사들과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부터 ‘외교·통일 분야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파견한 미국 특사단장으로도 선임됐다.
 
마찬가지로 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를 통해서는 동북아·북핵 문제에 대한 자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동북아번영정책 설계에 관여했던 국제정치학자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당시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의 역할이 향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쫏 세번째)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 첫번째) 등의 인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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