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알뜰폰 업계는 환영한 반면, 일선 판매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공개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다. 현재 이통사가 단말기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 업무를 함께 수행 중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유통망의 단말기 판매·이통 서비스 가입 동시 취급 허용 ▲단말기 공급업자가 판매점에 단말기 공급 ▲제조사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화 ▲이통사·제조사의 과도한 장려금 지급 금지 등이다. 제조사들 간 단말기 출고가 경쟁을 유도하고, 이통사들에게는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통해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일선 판매점들은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을 따로 할 경우 자신들의 역할이 없어질 것을 걱정한다. 일부에서는 줄도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이 핵심인데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이 단말기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며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면 대형 유통망이나 제조사의 판매 자회사의 규제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찬성 입장이다. 자급제가 시행돼 단말기 구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이 분리되면 이통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비스와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이통사들이 단말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쓰지 못하면 알뜰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자급제로 인해 절약된 이통사들의 단말기 보조금이 멤버십 등 다른 마케팅으로 쓰이게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삼성전자는 지난달 4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입장을 선회했다.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마케팅 비용이 오픈되면 글로벌 경쟁력에 우려가 된다"면서도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따르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지난달 27일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자급제에 대해 아직 입장이 정해진 바 없다"며 "ICT 전반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공개한 개정안을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발의할 계획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확립해 이통산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가계 통신비의 실질적 인하를 도모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