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임원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가는 어느 정권에서나 딜레마다. 전문성과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낙하산’ 기관장이 다수고, 새 정권과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 간 국정철학이 맞지 않아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 임기제 무용론이 제기되는 배경도 이와 같다. 공공기관장 임기제는 기관에 대한 정권의 개입이나 간섭 방지 등을 목적으로 2007년 4월 시행됐으나,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모든 기관장으로부터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정권 말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게 자리를 보전해주는 ‘알박기’로도 악용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취지만 내세워 임기제를 유지하기보단 공공기관장 인사제도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은 임기 내 소신껏 일을 잘해보란 취지인데,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엔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인사가 이뤄지다 보니 임기제가 의미가 없게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성과 경력 등을 따져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게 중요한데, 관행이 쉽게 고쳐지진 않을 것”이라며 “임기제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단 현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론 공공기관장 인사제도·관행을 전반적으로 손보되, 당장은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 임기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중요한 국책연구기관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곤,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기관장 유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식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반드시 정권과 호흡을 같이해야 하는 기관들이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 사업의 계속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한 기관엔 임기제를 적용하더라도 기관 유형이나 성격에 따라 임기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초 정권교체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공기관장을 무더기로 임명한 건 임기제 악용”이라며 “법으로 임기가 보장됐기 때문에 낙하산 기관장들과도 함께 간다는 건 원활한 국정·조직운영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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