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도시바 반도체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정한 가운데 추가 모멘텀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의도대로 도시바 투자를 통해 부족한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보완할 수 있다면 주가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당분간 기술 제휴와 경영권 참여가 제한된 만큼 수혜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SK하이닉스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낸드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단 의지가 확고한 만큼 낸드 부문에서 장기적인 포석을 깔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현재 낸드 4위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삼성전자와 인텔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당장 낸드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선두기업을 추격하는 기업들 가운데 기술 개발의 우위를 점한 것은 분명한 만큼 주가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낸드 2위인 도시바와 단순 합산하면 점유율이 27%대로 늘어나 2위로 올라서게 된다"면서 "당장 이익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장 지배력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도시바 반도체부문이 넘어가는 걸 막았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업체가 도시바 지분을 가져가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 리스크가 컸을 것"이라며 "이번 딜이 곧바로 SK하이닉스의 낸드 기술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추격에 대한 좋은 방어막을 쳤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투자가 실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계약내용에 따르면 도시바 대한 기술 접근이 10년간 제한되는 데다 의결권 역시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전략적 제휴가 가능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여러가지 의도로 이번 투자를 추진했겠지만 원하는 바대로 결론이 난 것 같지는 않다"면서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지분이 투자되는 만큼 단기적인 금융수익 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전략적 제휴나 기술 협약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자사의 D램 식각공정과 증착공정이 도시바의 낸드칩 설계 등 핵심 기술과 결합해 3D낸드 기술을 향상시키고자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계약내용대로라면 지분법 이익 외에 긴밀한 제휴가 가능할 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정한 가운데 추가 모멘텀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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