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올 여름 허리케인 효과를 톡톡히 본 정유업계가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네이트가 현지 정유시설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선 3분기 허리케인 하비 변수에 전통적 비수기 공식을 깬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피어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3분기는 정유업계 전통적 비수기로 꼽힌다. 계절적 특성에 따른 수요 감소에 정유사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정제마진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시기이기 때문. 하지만 올해는 기존 공식을 깨고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8월말 미국 정유시설의 25%가량이 몰린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상반기 배럴당 6달러선에 머물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분기 평균 8.4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평균 정제마진이 5달러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격차다. 여기에 2분기 정유사 실적에 최대 악재로 작용했던 국제유가 역시 지난달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재고평가이익까지 기대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빌럭시의 공무원들이 허리케인 네이트로 인해 해안지대 고속도로에 쌓인 홍수 잔여물을 치우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분기 막바지(6월21일)에 배럴당 42.53달러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서부산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달 초 반등을 시작해 지난 9일 49.5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수적이던 3분기 정유사 실적 전망치 역시 긍정적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업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4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및 유럽 경기 호전에 따른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증가하고 있어 3분기를 포함한 하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정유업계는 또 다시 멕시코만 생산시설을 타격한 네이트의 영향력을 표정 관리하며 지켜보는 중이다. 비록 지난 8일 곧바로 위력이 약화되며 멕시코만 일대 원유 생산이 재개됐지만, 정유시설들은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수일간 가동을 멈췄다. 현지 언론은 해당 기간 멕시코만 일대 90% 이상의 원유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을 100% 재가동하는 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됐던 하비 때와 비교해 규모는 작겠지만 현지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은 분명해 일정 부분 수혜가 예상된다”며 “계절적으로 정제마진이 높은 4분기에 국제유가 상승세 등 전반적으로 하반기 영업환경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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