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가 없던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그룹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지면서 당국의 최종 승인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의 새주인이 된다. 사진/뉴스토마토
8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하이투자증권 본계약 체결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 최대 주주인
현대미포조선(010620)은 9일 이사회에서 매각 안건을 승인하며, 곧바로 DGB금융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게 된다.
인수대금은 약 4500억원으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대상으로 한다.
이로써 DGB금융은 대구은행과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DGB자산운용,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DGB데이터시스템에 이어 총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번 인수는 사업다각화와 그룹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됐다.
앞서 박 회장은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원과 당기순이익 6000억원의 종합금융그룹을 구축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 DGB금융은 지난 2014년 박 회장 취임 직후 농협금융에서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하며 DGB생명을 출범시켰으며, 지난해 DGB자산운용(옛 LS자산운용)을 인수하고 DGB캐피탈 라오스법인을 설립하는 등 몸집을 키워왔다.
박 회장 재임 기간 동안 DGB금융 총자산(65조2149억원)은 20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당기순이익은 2700억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실적 또한 나쁘지 않다. 애프앤가이드가 추정한 DGB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익은 9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8% 늘어날 전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사업 확대와 함께 염가매수차익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DGB금융은 경남권을 공략하는 교두보로서 하이투자증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복병은 CEO리스크다. 박 회장 등이 대외영업활동 등의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활용해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DGB금융 제2본점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하고 박 회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간부 6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을 받은 금융회사는 1년 동안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초대형투자은행(IB) 인가를 놓고 특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대주주적격성 심사)서류를 내지 않은 상태라 심사를 해봐야 안다”면서 “신청을 받은 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접수된 날로부터 2개월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하이투자증권 최종 인수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상품권깡은) 금융그룹 차원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대구은행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이미 법률적인 검토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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