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세월호 참사 의혹, 10년·20년 걸려도 규명해야"
대한변협 특별위 조사단장 "유족, 진상규명·안전사회 확립 원해…정치적 타협 문제 아냐"
2017-11-21 06:00:00 2017-11-21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18일 세월호 미수습자 5명에 대한 합동 추모식에 이어 20일 발인식이 진행됐다. 유족은 1313일 동안 지켜온 목포신항을 떠났다. 오는 24일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회적참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세월호 특별위원회 진상조사단장을 지냈던 오영중 변호사를 만나봤다. 미수습자 유족에 관한 이야기 도중 감정에 복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오 변호사는 2기 특조위에서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면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가족이 바라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국가가 더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편집자주)
 
미수습자 5명까지 모두 발인이 끝났다.
 
아마도 보통 사람은 이해를 못 할 것이다. 날짜로는 1000일이 넘었다. 가족이 바닷속에 있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바다만 바라보는 유족에게 국가와 사회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조사 활동을 위해 법으로 만든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종료시켰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데, 배가 올라왔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유족은 배가 올라오고 나니 일말의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다. 가족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 동안 선체를 조사하고 나서 이제는 희망을 접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다른 차원의 진상 조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 만약에 새 정부나 국회가 그런 것을 제대로 못 한다는 마음이 있었으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유족에게는 참사 원인과 진상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 달라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 될 것 같다.
 
2기 특조위가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지난 1989년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힐즈버러 참사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처음 위원회가 제대로 하지 않아 새로 위원회를 꾸려 완벽하지는 않지만, 20여년 만에 당시 경찰 등 국가 책임을 규명해낸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히 1년~2년 연장한다는 차원의 문제나 야당 몇 명, 여당 몇 명으로 위원을 구성하는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제대로 진상을 조사할 위원을 구성하고, 필요하면 1년이나 2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을 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1기 위원회가 왜 잘못했는지를 다시 돌이켜 보면서 조사 권한과 관련해 방해하거나 불응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세월호와 관련된 핵심 국가기관이 잘 협조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1기 때처럼 국가기관이 전혀 협조가 안 되는 2기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기 특조위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인적 구성을 한다면 여야 부분을 동등하게 하고, 제3의 기관이나 희생자 가족이 추천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다만 지금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기존 정치적인 태도를 보거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자체를 방해했던 당이다. 자유한국당이 위원을 추천했던 1기 때를 보면 그런 활동은 안 된다. 그런 당에 추천을 많이 줘 2기 활동이 1기처럼 망가지는 인적 구성은 안 된다. 그러려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인원은 줄이고, 새로운 차원의 위원 추천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법을 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지만, 정치권 논쟁을 줄이는 방향이나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넣는 방향으로 인적 구성을 하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2기 특조위의 핵심 과제를 무엇으로 보나.
 
1기는 원래 목표나 희생자 가족이 규명해 달라고 했던 요청 사항에 20%~30%밖에 진행이 안 됐다는 평가가 있다. 양적인 부분도 있지만, 질적으로는 결국 대형 참사의 원인 규명과 구조의 실패, 이후 희생자 가족을 또다시 희생시킨 국가기관과 언론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청와대, 국정원 등 핵심 권력기관에 대한 실질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국정원 지시사항을 담은 파일을 복구해 증거보전 서류를 확보했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닌지, 퇴직자 모임인 양우회에서 운영하는지 등 의혹이 많이 제기됐는데, 증·개축 등 운항 관련해 국정원이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서류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아무것도 조사가 안 됐다.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기무사령부 등 관계자도 다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이른바 '7시간'의 문제가 계속 오래 이야기됐지만, 당시 어떤 식으로 보고되고 조처했는지 대해 너무 두루뭉술했다. 그것에 대해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그림을 그리듯이, 단면을 자르듯이, 해부하듯이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재난에서 뭘 고쳐야 할지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다. 참사 직후 증거보전을 못 한 것 중 하나가 해군 3함대 사령부에서 쓰는 레이더망이다. 진도 해역을 관리하는 VTS보다 더 좋은 시스템인데, 국가 안보 문제로 증거보전하지 못했다. 당시 군 대응도 중요하므로 2기가 관련 자료를 조사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유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새 정부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될 무렵 광화문광장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희생자 가족인 것을 보면 된다. 그것이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희생자 가족이 바람은 진상 규명도 있지만, 앞으로 한국이 안전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비교할 수 있다. 경주 지진 당시 친구의 가족이 다친 상황을 들었다. 대형병원에서도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결국 다음날 개인병원에서 수술했는데, 전문 마취 의사가 없어서 마취를 잘못해서 큰일이 날 뻔했다고 한다. 국가는 겨우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 정도였다. 이번 포항 지진은 진도는 낮았지만, 수능이 연기되는 등 피해가 상당히 컸다. 그래도 지진 경보는 빨라 안전한 사회로 가려는 노력이 보였다. 희생자 가족이 바라는 안전한 사회의 모습에 맞춰서 실제 법을 만들고, 공무원의 태도가 바뀌고, 안전 매뉴얼이 바뀌어야 한다. 작은 재난이지만, 대응하는 모습이 바뀌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시점 조작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사람의 태도나 생각은 오랫동안 여러 번 들을수록 무뎌진다. 7시간이 왜 중요한가 대해 감을 잊어버릴 수 있다. 7시간 행적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조작한 것은 더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와 엄벌이 없으면 '청와대가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고, 어떻게 이 부분에 대해 접근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다. 설령 대통령이 어떤 대형 참사에서 공백이 있었더라도 조작해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청와대란 국가 핵심기관에 있다는 것을 용납할 것인가. 대통령의 행적은 재난 참사에서 7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1분이 중요하다. 1분 더 빨리 무엇인가를 조처하느냐에 따라 수십명 또는 수백명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행적을 은폐·조작하려고 했던 것은 국민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임무 해태를 덮으려 했던 것이다. 엄청난 범죄이고, 죄질이 나쁘다. 본질적으로 국가와 대통령이 참사에 대해 은폐·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사법부의 조처와 판단이 있어야 재발하지 않는다.
 
'7시간 행적'은 특별검팀도 규명 못했고, 탄핵사유도 아니다.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했던 부분은 객관적 증거가 확보가 안 됐던 것일 뿐이다. 증거 수집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때도 대리인단이 답변에서 얼토당토않는 얘기를 했는데, 그것 과연 얼토당토않은지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대통령의 지위, 역할, 권한, 책임의 기본적인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과 머리 손질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은 극명하게 확인됐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탄핵과 수사의 별개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더 나가면 2기에서 조사하거나 검찰에서 수사해서 당시 객관적 증거를 더 확보하면 추가 기소라도 해야 한다. 당연히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처벌하는 법 조항도 있다. 덧붙이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주변 사람은 '왕이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전근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4년을 운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에 유가족을 돕는 변호사 중 하나로 영광 아닌 영광을 누렸는데, 진짜 중요한 구조와 가족에 국가권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성향 분석에 쓴 것이다. 진상 규명 바라는 것을 통제해서 자기 권력을 보호하려고 한 것에 관심이 있던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국가나 왕조국가 시대의 생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더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안전이 상당히 중요하고 최우선시해야 할 영역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상상하기 힘든 재난이 일어나도 안 바뀌고 있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대형 참사든, 소형 참사든, 개인 희생이든 간에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례로 초등학교 주변에서는 30㎞ 이하의 속도로 운전해야 하는데, 누구도 30㎞ 이하로 안 달린다. 안전을 위해 사회가 노력하고, 구성원이 책임지고, 법과 시스템을 바꾸고,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국가가 할 노력, 대통령이 할 노력, 공무원이 할 노력, 일반 시민이 할 노력이 있다. 그래야 한 단계 높은 안전한 사회로 가고, 그래야 희생자 가족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진정한 애도라고 본다. 
 
20일 전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별위원회 진상조사단장 오영중 변호사가 세월호 증거보전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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