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회 임원회의 차 호텔 조찬 모임을 참석했다. 식사 중에 모임에 계신 한 교수님이 호텔 직원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 달라 부탁을 했다. "커피는 셀프입니다." 호텔 직원이 너무나 당당하게 대답해 옆에 있던 나조차도 무안했다. 요즘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셀프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키오스크를 통한 식음료 주문뿐 아니라 배식과 식기 반납까지 고객이 직접 해야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고객을 다소 수고롭게 하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아 매출을 유지하는 방책인 셈이다. 이런 셀프 서비스는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이 영어로 셀프(‘물은 셀프’)라 하고 군만두는 영어로 서비스(‘군만두는 서비스’)라는 아재 개그가 있을 정도로 셀프 서비스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셀프 서비스는 종업원이 서비스해 주지 않고 손님이 직접 이용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공급자 입장에서 셀프서비스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를 낮추는 효과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과 결합되면서 셀프 서비스는 점차 가장 중요한 고객서비스 접점이 돼가고 있다. 예를 들어 셀프 주유소, 셀프 빨래방, 셀프 PC방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 저하와 고객 불편 논란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커피 주문처럼 비교적 간단한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고르거나 음식을 치우는 데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도 하다. 또 은행이나 주식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ATM·인터넷·모바일뱅킹을 쓸 때나, 공항에서의 체크인 및 입출국 신고, 민원처리 및 증명서 발급받는 것도 온라인·키오스크·단말기를 통해 가능해지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사용자가 서비스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설픈 셀프 서비스를 하다가 서비스 실패가 발생하면 즉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고객은 불만을 갖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가격과 불편에 대해 고객과 공급자 간에 합의에 의해 타협 수준을 찾아야 한다. 특히, 각 고객에 따른 맞춤 서비스가 중요하기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 맥락에서, 고객은 서비스에 직접 참여하는 것 자체를 가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김치 만들기 행사에 참여해서 직접 만든 김치가 더 맛있지 않은가! 반면 동시에 높은 수준의 고객참여는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많은 우리나라 인터넷뱅킹 사용자들이 엑티브엑스, 공인인증서, 본인확인 등 보안프로그램 설치 오류를 접하면서 화가 난 경험을 기억해 보라!
물론 셀프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가 크게 개선될 기회도 있다.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외에도 고객이 참여하는 경우 고객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획득할 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객에 대한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에 의한 서비스 품질 컨트롤도 가능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수시로 받고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고객들 간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한다. 복잡한 정보기술 제품에 대해 회사에서 공식적인 지원 서비스보다 매니아 사용자들의 정보가 더 유용한 경우가 많다.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가상의 집을 짓고 공간을 꾸미는 활동을 하면서 게임의 가치를 올린다. 고객의 공헌으로 사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케아의 사례에도 가구 조립 및 배송을 고객이 직접 하면서 가구에 대한 애착과 함께 이케아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호텔 조찬에서 셀프 서비스는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텔직원이 그리 바쁘지도 않은데 커피는 셀프라고 응답하는 건 가격 대비 서비스 수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서로 노닥거리면서 물을 가져다 달라는 손님에게 물은 셀프라고 답한다면 손님이 그 식당을 다시 찾게 될까? 모든 행정 서비스가 셀프 서비스화 된다면 사용자의 피로도는 얼마나 높아질까? 셀프 서비스의 본질은 고객 관점에서 어떤 가치가 전달되는 데에 있기에 고객이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공헌하고 참여해야 하는가가 서비스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셀프 서비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손님이 오면 반갑게 인사하고 주문받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어떻게 부가되는지 손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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