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 확대 발언으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실상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인데 희망퇴직 비용을 비롯해 고용 불안정 우려 등을 감안하면 갑작스레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희망퇴직 확대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며 "금융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에도 희망퇴직을 늘려야 한다.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은행들은 여론 문제로 퇴직금을 많이 못 주고 있는데 눈치 안 줄 테니 퇴직금을 올려주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이달 말 열릴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정부가 청년실업 및 일자리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금융위가 은행들의 희망퇴직 확대를 권고할 수 있는 이유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금융권 실적 상승세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크지만 금융사들이 많이 번 만큼 선제적으로 인력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들은 통상 희망 퇴직자 1명당 평균 3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자에게 퇴직 전 3개월간의 평균 월급의 26~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작년 희망퇴직을 단행한
우리은행(000030)의 경우 총 1000명에게 3000여억원이 소요됐다.
KB금융(105560)지주는 2016년 2800명의 희망퇴직 당시 약 8200억원의 비용이 처리됐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금융위의 권고처럼 쉽사리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속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왔는데 규모를 늘리면 그만큼 자금부담이 늘어나 섣불리 확대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금융당국에서 권고한 사안이라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 자금을 많이 쌓아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노동조합 반발을 비롯해 기존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을 비롯한 시중은행 노조도 이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 금융노조는 민주노총 측과 공동으로 이에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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