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만남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하면서 재계도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한반도의 평화무드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향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이 보증수표를 쓰면서 그간 북한 관련 투자를 주저케 했던 정치적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단독회담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이어졌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했고,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기업은 예측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투자에 나선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며 발빠르게 움직여 온 현대도 강한 기대를 표했다. 현대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평화 분위기가 정착되고 실질적인 남북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어 "남북경협 TFT를 중심으로 금강산·개성 관광과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 재개를 비롯해, 다양한 남북 경협사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점검하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는 남북경협 TFT를 꾸린 후 매주 회의를 열고, 경협을 위한 사전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정은 회장이 TFT 위원장이다.
주요 그룹들은 대외적으로는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망설였다가는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팽배하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 달여 동안 성과가 가시화된 곳도 적지 않다. 롯데는 이달 초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을 수장으로 한 '북방TF'를 구성했다. 북한에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까지 아우르는 북방 지역에 대한 연구와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KT도 지난달 남북 경협과 남북간 ICT 교류 확산을 지원하는 '남북협력사업개발TF'를 신설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 역시 TF팀을 구축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제단체들도 후방 지원을 든든히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출범하는 민간 씽크탱크 '지속성장 이니셔티브'를 통해 남북관계 전망과 협력 추진 방향 등을 연구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통일경제위원회를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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