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주 내놓은 취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실업자는 112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99만5000명보다 12만6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도 4.0%로 0.4%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는 7만2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 1월까지 달마다 취업자는 30만명 이상 늘어나다가, 2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폭이 10만명대로 추락하더니 5월에는 아예 이마저 무너져 버렸다. 때문에 정부도 다소 풀이 죽은 듯하다.
이처럼 암울한 실적은 무엇 때문일까. 아무래도 조선을 비롯한 제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9000명 줄어들었다. 지난달 6만8000명 감소한 데 이어 또 다시 대폭 감소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겪는 자동차산업의 어려움도 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됐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더라도 자동차산업의 취업자는 최근 들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부품산업에서는 6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여기에는 한국지엠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발생 요인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수출과 내수가 여전히 저조하다. 조선의 구조조정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전체 고용상황을 보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실업자는 지난해 7월 이후 100만명을 밑돌다가 올 들어서 100만명대로 올라섰다. 지난 2월에는 126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조금씩 줄어들더니 5월에는 2월에 비해서 14만4000명 감소했다. 실업률도 같은 기간 0.6%포인트 하락했다. 조심스럽지만 실업자 상승세는 이제 정점을 지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도 연초에 나타났다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정책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올 들어 나타난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12월 4406만명에서 올해 5월 4414만1000명으로 증가해 8만1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취업자는 46만명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19만1000명 증가했다. 새로 공급되는 노동자에 비해 취업자가 훨씬 많았다고 해석해야 옳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 인구와 취업구조가 크게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듯이. 이에 따라 15세 이상 고용률도 60.4%에서 61.3%로 높아졌다. 한국지엠 사태나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요인만 없었어도 고용률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그런데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고용 상황에 관해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의 지표가 엇갈린다. 통계청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5만9000명 줄어들었다. 4월 감소인원 6만1000명까지 더하면 2개월 동안 무려 12만명 감소했다. 음식숙박업도 지난달 4만3000명을 포함해 2개월 동안 7만1000명의 감소를 보였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도소매업의 경우 5만2000명 늘어났다. 올 들어 달마다 4만~5만명 증가했다. 음식숙박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4만2000명 증가를 기록하는 등 월평균 2만명대의 증가세를 실현했다. 왜 이토록 어긋나는지 정부가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두 지표에서 비슷한 것은 제조업의 고용 상황이다. 그렇지만 고용보험 통계에 의하면 제조업에서도 자동차와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양호한 편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취업난을 이겨내기 위한 첫 단추는 역시 이들 부진한 업종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조선업의 경우 구조조정과 함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때마침 한국지엠의 구조조정도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이제 현대차의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동력 강화 작업이 시급하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다시 속도감 있게 추진함과 동시에 미래형 차종의 개발과 보급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지난 8일 혁신성장회의에서 수소차 등의 보급을 촉진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아울러 최근 상용직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 듯한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고용의 양과 질 모두 개선될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악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보인다. 본의 아니게 숫자를 많이 늘어놓았다. 정부가 고용 통계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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