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일 고발인 자격으로 검찰에 나왔다. 임 교수는 이날 오전 9시5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여러 조사보고서에서 나온 법관 사찰이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권 독립은 법원에서 재판하는 판사가 일체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해서 재판함으로써 국민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법원행정처 법관은 재판하지 않고, 법원행정처는 재판하는 기구가 아닌 행정 조직이므로 사법권 독립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물리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시민 고발인단 1080여명과 함께 지난 1월29일 이른바 '법관 사찰' 사건의 주요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당시 법원행정처 근무 법관 등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임종헌 전 차장 등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와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개최하는 학술대회와 관련해 사회상규에 반하는 수준으로 모임의 동향 파악뿐만 아니라 모임 소속 법관의 개개인 입장을 수집하고, 법원행정처의 대책을 작성하게 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이 문건의 작성 지시에 관여했거나 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면 직권남용죄 또는 직권남용죄의 공모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7개 단체도 지난 5일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청와대와의 정책 거래를 위해 키코 사건, 쌍용차 경영상 해고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승무원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 개별 사건에 대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인사모 모임 동향 파악과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 개입,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 성향 분석과 추천 개입,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 의견 표명 법관에 대한 사찰,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선거 개입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특별조사단 3차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김모 전 법원행정처 제1기획심의관이 지난해 2월 본인이 업무용으로 쓰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에서 2만4500여개 파일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투기자본감시센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은 20건에 이른다. 이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를 거쳐 특수1부(부장 신자용)에 재배당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5일 대국민담화문에서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면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후 검찰은 19일 법원행정처에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의 하드디스크 등 자료 제출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2017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4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 발간 기자브리핑에서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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