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피고인만 항소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항소심이 1심 판결에 없던 '성폭력강의 수강명령'을 추가로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위반으로,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육군 대위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직권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뒤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검찰관이 항소하면서 항소이유서와 함께 적법한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경우 양형부담이 항소이유더라도 그 효력은 원심에도 미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와 같기 때문에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병과하는 수강명령·이수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피고인에게 의무를 부과 해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원심이 1심 판결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면서 새로 수강명령·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항소심이 분리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병과한 경우도 같고, 집행을 유예한 징역형의 합산 형기가 동일하더라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15년 10월 현역으로 근무하던 중 부하를 강제추행 및 폭행·모욕하고 군용물을 손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보통군사법원에서는 이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피고인과 군검찰관 쌍방이 모두 항소했는데, 군검찰관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았다.
이러는 동안 이씨가 전역해 항소심인 부산고법은 신분범죄인 강제추행 등을 제외한 손괴죄만 심리한 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1심에서는 없었던 성폭력 치료강의를 명했다. 이에 이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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