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렌털해도 괜찮아'…불황의 역설
2018-11-14 06:00:00 2018-11-14 06:00:00
한 마디로 어둡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 올해 경기 진단에서 '둔화'라고 표현한 것은 11월이 처음이다.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내수 부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렌털시장은 괜찮다? 대기업이 뛰어들며 판이 커지고,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품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자식같다'고 표현했던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를 경영 실패로 매각한 지 6년여 만에 인수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말은 "잘 되는 렌털기업 코웨이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웅진플레이도시, 웅진에너지를 매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생활가전렌털업계 1위 코웨이는 지난해 기준 매출 25167억원 영업이익 4727억원을 기록했다. 매각 직전인 2012(매출 19928억원, 영업이익 2261억원) 이후만 봐도 역성장한 경험이 없다. 영업이익률은 11.3%에서 18.8%로 뛰었다.
 
렌털시장은 연간 10%가량 성장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KT경제연구소 추산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1725조원에서 2020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만큼 유망하다. 코웨이를 필두로 성장을 거듭해온 렌털시장을 보면 그동안 변화가 많았다. 대기업 SK가 주방가전기업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SK매직'이라는 렌털기업으로 시장에 안착시켰으며, LG전자는 자체 렌털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렌탈케어로,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묘미(소비재부문)로 렌털시장에 가세했다.
 
렌털시장은 기본적으로 큰 금액을 잘게 쪼개 부담을 나누는 비즈니스다. 그러면서 주기적인 '제품 관리'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에 필요한 가전을 일시불로 구입하기는 어려워 장기 할부 개념으로 나눠 구매하는 식이다. 내수침체와 밀접하게 연관된 소비심리 측면에서 보면 렌털은 소비자 쪽에 '위험(비용) 분산'이라는 의미로 작용한다. 기업에는 월 렌털료가 현금으로 일정하게 들어와 다른 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 기업 모두 윈윈의 될 수 있는 사업 방식이다.
 
사실 렌털시장 자체가 IMF 외환위기와 함께 탄생했다. 외환위기 당시 여러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로 쓰러져가는 상황에서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코웨이에 렌털 비즈니스를 도입했다. 비교적 비싼 정수기를 먼저 빌려주고 돈은 천천히 나눠 받자는 아이디어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렌털 마케팅으로 경기침체에도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웅진코웨이 복귀로 국내 렌털시장은 시즌2를 막 시작했다. 전통의 강자인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중견기업과 시장에 갓 진입한 LG전자 등 대기업이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 '불황이어도 괜찮다'는 렌털시장의 역설이 향후에도 청신호일지 지켜볼 일이다.
 
이우찬 중기부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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