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학판 '숙명여고 사태'처럼 아들 A씨에게 학사 특혜를 준 의혹이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B교수가 신임교수의 양보까지 받아 과목을 개설하고 아들이 재수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서울과기대 교수 자녀 학사 특혜 및 직원 자녀 채용 의혹 관련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4년 1학기 특정 과목에서 B0를 받았다가 B교수가 2015년 1학기 동일한 과목을 개설해 재수강하고 A+를 받았다. 해당 과목은 B교수의 강의가 아니었는데도 당시에만 개설했다. 더군다나 당초 해당 강의를 담당하던 신임교수는 B교수의 부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양보했다고 진술했으며, 동료 교수들 역시 선호하는 과목이 아닌데도 특정 학기에만 자원해 강의한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재수강 과목을 비롯해 아버지가 강의한 과목 8개에서 전부 A+를 받았다.
사업단 장학금을 받기 위한 성과 전시회 평가에서도 B교수는 A씨에게 최고점을 부여했다. 다수 심사위원이 평가하는 구조상 B교수의 점수가 순위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또 A씨의 2014년 편입학 전형에서 절차상 하자도 발견됐다. 면접위원이 면접자의 총점만을 기재하고 평가 요소별 점수를 면접보조위원에게 대신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단, B교수는 당시 면접위원이 아니었다.
아울러 A씨는 작년 2월 학부 졸업하고 8월 서울과기대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같은 학과 C교수에게 지도교수가 돼달라고 요청했고, C교수는 수락하면서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100점을 부여한 일도 밝혀졌다. 학과장 교수 역시 C교수가 A씨 지도교수가 될 것을 알았는데도 면접위원으로 위촉시켜줬다.
관심을 모았던 과목 점수 산정상의 부정이나 편입학 부정 여부 등은 행정조사의 한계로 인해 밝혀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B교수가 직무관련자가 있다는 점을 신고하지 않은 채 학점을 부여하고 장학금 지급에 참여한 점 등을 들어 중징계를 요구하고, 편입학 면접 평가 및 시험문제 유출 의혹 및 강좌확대 개설 사항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도 나선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강편람, 수강신청 시스템 등을 통해 부모 강의를 가급적 수강하지 않도록 안내하며, 자녀 등에 대한 강의 회피·사전 신고제 등 공정한 학사관리를 위한 교원 유의사항을 명문화해 안내한다.
대학들이 내부 규정을 신설해, 자녀가 자신의 과목을 수강하는 교수는 대학에 반드시 사전 신고하도록 하며, 불가피하게 자녀에게 강의를 한 경우에는 최종 성적 부여시 출석·과제제출·시험 등 성적산출 근거를 학과장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또 전국 모든 4년제 대학에 대해 교수 자녀 간 수강 여부 및 성적 부여 등 학사 운영 실태를 서면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직접 추가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위법·부당이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사안조사 결과 및 제도개선 권고안 등을 통해 대학 학사·채용 공정성을 제고해 ‘출발선에서의 평등’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2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파크빌리지에서 열린 ‘2018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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