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지만, 사법농단은 계속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 핵심인물로, 앞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재판 청탁으로 사건에 휘말린 국회의원 일부를 밝히고, 다른 일부는 함구함으로써 또다시 전 국민을 농락했다.
추가 공소장에 다섯 명의 전·현직 의원이 특정돼 논란이 컸지만, 임 전 차장이 숨긴 의원은 여론의 관심을 비껴갔기 때문이다. 국회와 결탁한 사법농단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원이 누구인지, 임 전 차장이 왜 끝까지 그를 비호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재판개입 청탁 사실을 확인한 현직 의원은 2명이다. 그 중 한명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이 벌써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머지 한 명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이던 그는 지난 2016년 8월 하순 서울남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각각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의원의 '재판민원'을 임 전 처장에게 청탁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약 3년이 걸렸지만, 재판 청탁의 '수익자'가 누구인지는 금방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당시 재판을 받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 2명이 누구인지를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과 본인을 가운데에서 브로커 역할을 해 준 실제 청탁자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비호한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은 총 7명이다. 이미 널리 공지된 이름들인 만큼 알 사람은 다 안다. 이 중 한명만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나머지는 그때 그대로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에 남아 있다.
국민은 사법농단 사건에 국회와 거대 양당이 결탁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분노하고 있다. 민주당은 논란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 의원의 해명을 듣고 사건을 파악해 서 의원으로부터 당직 사임 의사를 받는 등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다.
이제 한국당 차례다. 임 전 차장이 선택적 진술로 지속중인 ‘옥중 사법농단’을 멈춰내고, 재판을 청탁한 법사위원을 찾아내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한국당이 정권을 빼앗긴 뒤 툭하면 꺼내들고 나오는 '국정조사'와 '특검' 카드는 이럴 때야말로 쓰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 한, 사법농단은 언제까지나 진행형이다.
최서윤 사회부 기자(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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