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산과 수입 제품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맥주의 과세 체계가 50여년 만에 종량세로 전환된다. 기획재정부는 5일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종량세로의 전환을 요구했던 맥주업계는 이번 개편안을 환영하면서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이날 "국산 제조업체로서는 불리한 상황을 막아주고, 산업 기반을 지키면서 대규모 생산지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맥주 과세 체계가 종량세로 바뀌면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국내 생산이 봇물이 터지듯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라며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 과세 불평등 문제가 사라지면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에서 현지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입 맥주는 가격대별로 세금이 줄어드는 맥주와 증가하는 맥주가 혼재한다"라며 "다만 1만원에 4캔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세금이 늘어나는 맥주 중 1만원에 4캔에서 이탈하는 맥주는 없지만, 세금이 줄어드는 맥주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맥주 과세 체계가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형평성을 맞추게 됐다"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국산 맥주 산업이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업계가 고대했던 종량세 시대가 도래한 것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라며 "소비자에게 더 품질이 좋고 저렴한 맥주를 선사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노력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가격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고급 재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에 대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라며 "다만 과일 향 등을 첨가한 기타주류를 일반 막걸리와 함께 유통할 수 있도록 편입하는 내용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현재 막걸리 제품에 과일 당류가 20% 이상 포함되면 기타주류로 분류돼 맥주, 소주가 주를 이루는 종합주류도매업에서만 취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막걸리를 취급하는 특정주류도매업과는 함께 유통되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기존에 가격이 높아 세금 부담이 높았던 수제 맥주나 프리미엄 막걸리가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반사 이익을 보게 돼 판매량 확대가 기대된다"라며 "수제 맥주가 현재 한국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이번 종량세로의 전환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맥주는 ℓ당 830.3원, 탁주는 ℓ당 41.7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기재부는 소주 등 다른 주종에 대해서는 음주 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등 측면을 고려하면서 앞으로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2019년 정부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된다.
종량세 전환 후 맥주 세금과 생맥주 가격 변동 추이. 사진/한국수제맥주협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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