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오름 기자] 정부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돼온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키로 하면서 승계부담이 줄어 활용 기업이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사후관리 기간을 더 단축해야 실질적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아 국회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가업상속공제 관련 법안들보다 정부안의 완화 폭이 작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상 기업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후관리 기간도 5년 수준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회에 제출돼 있는 가업상속공제 관련 법안들을 보면 적용 대상 기업을 피상속인이 최소 10년간 경영한 기업에서 최소 5년간 경영한 기업으로 확대하거나 매출액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조원 미만까지 완화하는 등의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정부 개편안은 10년 이상 경영한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은 유지하고, 사후관리 기간은 7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후관리 기간 중 10년 통산 고용 유지 의무는 중견기업만 기존 120% 이상에서 100%로 완화했으며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 의무는 기존대로 100%다.
이렇다보니 오는 9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다른 의원 법안들과 조정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여러 의원 법안들이 정부안과 간극이 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개편안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정부의 개편안은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흡하지만 가업상속공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완화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드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회에서 세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업승계증여세 과세특례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함께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적용 대상 기업의 매출액과 공제 한도 상향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재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준에서는 전체 중견기업의 86.5%가 대상에 속한다"며 "상한을 5000억원으로 올리면 289개 기업이 추가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속세 연부연납 특례 대상을 확대하고 적용 요건을 완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전체 중소·중견기업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피상속인의 경영과 지분 보유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해 상속세 납부 부담을 낮췄다는 것이다. 상속인이 상속 전 2년간 가업에 종사해야 하는 요건도 삭제했다.
장애 요인이 걷힌 만큼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 활용 기업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갑자기 수백 건으로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고민하던 기업들이 추가되면서 현재보다 50% 내외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업 상속은 세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환경 개선 등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차오름 기자 ris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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