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관계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골프 접대 의혹으로 고발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가 이호진 전 회장을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승모)에 배당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단체는 지난 22일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실장을 뇌물공여, 업무상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횡령과 배임 등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단체는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실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에 걸쳐 무려 4300명에 달하는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골프 접대란 향응을 제공해 뇌물공여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접대받은 고위 인사 중에는 기재부,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 공직자도 포함돼 있어 뇌물공여는 물론 청탁금지법 위반도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리스트에는 전직 경제 관료들, 이른바 '모피아'들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태광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의 배후에서 부당 행위를 묵인해 주며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고발장 제출과 관련해 이형철 태광공투본 공동대표는 "태광 휘슬링락에서 접대받은 고관대작이 상당하다"며 "검찰이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이 고발을 진행하면서 어느 때보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석이 취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에서 남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회장은 채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자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1심이 진행되던 2011년 3월 말 간암 치료 등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됐고, 2심은 2012년 6월 간암 수술 등 사유로 보석을 허가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이 음주와 흡연을 하고, 거주지와 병원 이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이른바 '황제 보석'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의견서 제출로 보석 취소를 요구했고, 결국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2차 파기환송심에서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속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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