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검찰이 '조국 민정수석실' 시절 발생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며 청와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침묵을 유지하며 향후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28일 검찰 수사 등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수사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가 직접 대응해 논란을 키우기보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대변인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2019년 3분기 가계소득 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하명수사' 의혹 언론보도에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의 공세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단순히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을 떠나, 검찰 수사방식이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방향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불과 하루 이틀 사이 주요 언론들이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비슷한 내용의 검찰발 기사를 쏟아낸 것을 지적하고 "검찰이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했다. 검찰이 언론 보도를 이용해 수사 대상의 유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압박하는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입장문을 통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밝혔다. 백 부원장은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안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처럼 경찰에서는 유죄, 검찰에서는 무죄로 판단한 사건"이라며 "검찰은 경찰의 유죄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근거를 밝히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으로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 일"이라며 "그러나 검찰은 지난 1년 간 단 한차례의 참고인,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청장의 총선출마, 그리고 조국 전 민정수석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했다.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8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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