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지난해 영중로 노점 정비에 이어 올해 영등포시장 노점 정비로 영중로 일대 활성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채 구청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50년 동안 영중로를 차지하던 불법 노점 58곳을 100회 넘는 대화와 설득으로 자진 철거하고 거리가게 26곳으로 바꿔 주민의 바람과 노점의 입장이 적절히 반영된 잘된 행정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중로 노점 정비는 지난 연말 구민들이 뽑은 뉴스 1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할 정도로 지난해 영등포구의 대표적인 성과다. 영등포역에서 상점가와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노점상들이 차지하면서 보행자들이 길가까지 나오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작년 취임이후 신설된 영등포 신문고의 첫 번째 청원이 영등포역 앞 노점상 정비였다는게 당연할 정도로 지역 숙원사업이었다.
영중로 노점 정비 전과 후 비교 모습. 사진/영등포구
강산이 바뀌어도 어렵다는 노점 문제를 취임 8개월만에 해결한 채 구청장은 올해 관심사를 영등포시장으로 옮겼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시장은 현재 통로 2/3를 노점이 차지하고 있어 성인 남성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가는 정도”라며 시장 중앙통로에 난립한 노점상을 정리하여 이용객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잘 되려면 뻥 뚫려야 한다. 상인들과 노점 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곧 결실을 맺을 것 같다. 올해 노점 2열을 1열로 정비하고 한 사람이 여러 노점을 갖는 것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서로가 상생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등포시장으로 바꾸겠다. 그러면 영중로의 제2버전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영등포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최근 영등포구엔 또 하나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영등포구가 공공부지를 제공하고 서울시가 공사비를 부담해 2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진 제2세종문화회관을 2025년까지 지을 예정이다. 그간 문화 불모지대라고까지 불렸던 구로, 양천, 강서, 영등포 등 서남권의 갈증을 해소하며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자리잡는다.
채 구청장은 “한강 이남에서 대도심으로 시작한 영등포구로 서남권 종가로서의 문화적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제2세종문화회관이 생기면 영등포 구민한테 주거환경이나 문화예술 거점으로서 영등포 위상이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 보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미술관이나 도서관 등 문화·복지·편의시설도 필요하기 때문에 여론을 반영해서 시와 협의해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부지 인근에는 문래예술창작촌, 대선제분 부지, 타임스퀘어, 영등포고가 철거 등이 연이어 있다. 영등포구는 이들을 연결해 문화산업벨트를 구상하고 있다. 한때 기계금속업에서 알아주던 문래동엔 여전히 남아있는 수공업 장인들과 새로 들어온 작가들이 어우러져 문래창작촌을 만들었다.
채 구청장은 “탱크도 만들수 있다 할 정도로 수공업 장인들이 몰린 곳에 작가나 예술인들이 들어와 산업과 문화와 젊음이 한 데 섞여 익선동, 연남동하고 다른 문래동만의 특색있는 모습을 갖고 있다. 최근에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있어서 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문래창작촌은 도시재생차원에서 노후화된 공간을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부터 영등포구에 자리잡은 대선제분 부지의 경우 이제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그 다음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채 구청장은 “일반적인 조치라면 허물고 주상복합이나 다른 상업시설로 바꿀 뻔 했는데 대선제분 측에서 도시재생하겠다고 결정해 서울시와 영등포구도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대선제분에서 민간자본을 투입해 전시·공연·카페 시설들이 들어오면 문래동과 상승효과를 불러오는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철거를 준비 중인 영등포고가는 녹지공간과 복합문화공간, 보행육교로 준비 중이다. 타임스퀘어 뒤편 GS주차장 부지엔 20층 규모에 청년희망복합타운이 만들어져 청년창업가를 지원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리모델링 사업자 선정을 마쳐 속도감있게 추진한다. 그야말로 경인로, 영중로, 문래동을 중심으로 영등포의 풍경이 달라지는 발빠른 변화가 진행된다.
채 구청장은 “당산동엔 청년문화공간이 있고 여의도는 금융중심지로서의 핀테크를 육성 중이다. 문화중심지로 영등포구가 재도약할 것이다. 교통, 산업, 금융 모든 것들이 분절된 것이 아니라, 문화는 결국 경쟁력으로 이미 여러 문화기획자들이 영등포구가 매력적이라고 얘기한다. 올해부터 변화가 꿈틀댈 것이다”고 말했다.
탁 트인 구청장실에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주민들과 청소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채 구청장은 일주일에 한 번 각 동을 돌면서 ‘탁 트인 구청장실’을 운영한다. 18개동을 상·하반기 일년에 두 번씩 찾아 동주민센터와 지역 현안장소를 방문해 현장에서 주민 불편사항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마련한다. 아침 골목청소부터 시작해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살펴보며 주민들과의 간극을 줄이고 있다.
채 구청장은 “탁 트인 구청장실에서 듣는 얘기는 영등포신문고에서 들은 얘기랑은 또 다르다. 책상에서 볼 수 없던 걸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해법이 나온다. 창의적인 행정이 현장에서 나온다. 땅을 파고 빌딩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 불법 노점, 주거환경, 보행환경, 악취, 퇴폐업소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걸 얘기하는 건 순서가 바뀌었다. 발품을 많이 팔고 대화와 설득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자투리땅을 활용한 주차장 조성이다. 동네에 방치된 사유지엔 돌보는 이 없이 냉장고, 세탁기, 반려동물 사체 등이 그대로 쌓였다. 탁 트인 구청장실은 분쟁으로 장기간 방치된 사유지를 토지주와 협의해 거주자우선주차장으로 조성키로 합의한다. 재산세를 감면하고 주차요금을 일부 감면한다는 소식에 다른 토지주들의 연락이 이어졌고 지난해에만 365면에 주차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부설주차장은 무려 612면이나 새로 생겼다. 영등포구엔 주차장 보급률이 120%나 되지만 실제로는 80%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 종교시설, 대기업, 공공시설 등에 부설주차장이 많아 이를 설득해 주민에게 개방하고 해당 시설은 수익을 올린다. 채 구청장은 “주차장 한 면을 새로 만들면 1억원이 들지만, 그 효과는 투입 대비 미약하다“라며 “부설주차장의 유휴면 개방으로 주차난을 해소하고 주택가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산골 문화의 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지역은 주거지와 불법 유흥주점인 카페형 일반음식점 40여 곳이오랫동안 공존해 왔다. 주민들이 발 벗고 구도 함께 나서서 건물주를 설득해 폐업한 유흥업소를 임차해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그 공간들은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공간, 베이커리 사업장, 도서관으로 만들었고, 6개월만에 유흥업소가 26곳으로 대폭 줄었다. 지역환경이 좋아지자 주민들이 앞장서 나서고, 건물주도 협조적으로 바뀌었으며, 구는 올해 안에 모든 유흥업소를 없앨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채 구청장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사기를 살리는 것이 결국 주민들 피부에 와닿는 행정이 되는 지름길”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주민들 눈 높이에서 반 걸음 앞서 나가는 발품행정 계속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탁 트인 구청장실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거주자우선주차장. 사진/영등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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