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업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가격할인에 나서거나 누적된 손해가 더 커진 경우 아예 임시휴업을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관광업 중에서도 숙박업은 이번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피해업종으로 꼽힌다.
1월 말부터 2월 초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절 춘절로 중국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며, 춘절이 지나면 날씨가 풀리면서 해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성수기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춘절에 해당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발병해 확산하면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때만 해도 간신히 프로모션으로 대처하면서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해 60%대의 객실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가 31번 확진자로 발생한 이후 현재는 점유율이 30~40%대로 내려간 상태다.
서울에만 동대문·명동 등지에 6개 지점을 운영하는 A호텔이 대표적이다. A호텔은 예년 이맘때면 90%대의 객실 점유율을 자랑했다. 춘절에는 20만원을 넘겨도 객실이 모자랄 정도로 ‘부르는게 값’이었으며, 춘절이 끝나도 예년 3월이면 1박 12만원에도 인기를 끌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A호텔은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6개 지점을 명동 1곳과 동대문 1곳, 2개 지점으로 통합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4개지점은 사실상 임시휴업 상태로 당직인력만 남겨두고 다른 인원들은 유급휴가다. 외국인에다가 내국인 발길까지 끊기면서 객실 점유율이 통합운영을 해도 30% 수준까지 떨어지자 청소와 시설관리 비용 지출이라도 줄이는게 낫다는 판단이다.
A호텔의 한 직원은 “평일 기준 7만원이면 1박이 가능할 정도인데도 아예 손님이 없는 수준은 처음이다”며 “아직 코로나19 이전에 예약한 손님이 일부라도 있지만. 만약 4월까지 계속되면 무급휴가나 다른 방도도 얘기되고 있다. 싸드나 메르스 때도 이렇게 모두 다 끊기진 않았다”고 말했다.
A호텔만의 일은 아니다. 동대문에 있는 B호텔은 지난달 60%의 적자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B호텔 외에도 서울 호텔업계의 지난달 적자폭은 50~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에 있는 C호텔은 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져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30개 호텔을 운영 중인 롯데호텔은 코로나19로 모두 5만건 이상의 취소가 발생해 임원 급여 일부 반납이나 직원 무급휴가 권장을 실시하기도 했다.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몇 달 전 예약이 이뤄지는 업계 특성상 아직까진 그나마 예약건수가 남아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들이 국내 여행금지나 자제를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감소세를 보이더라도, 이로 인한 아시아 기피 현상이나 코로나 공포를 걷어내려면 상반기만으로 모자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호텔보다 열악한 모텔들은 가격으로 얘기하고 있다. 내국인 매출이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초기 타격이 덜했던 모텔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로 내국인들의 외부 이동이나 외출, 업무출장 등이 마르자 피해가 막심하다. 일부 숙박업소가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방역문제와 향후 동선 공개 우려 등으로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화곡·신천·역삼·잠실·서초·논현·신림 일대의 모텔 숙박가격은 1박 기준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시설마다 차이야 있지만 2만원대도 있다. 강남구의 한 숙박업소는 코로나19 방역 완료로 홍보하고 있으며, 객실 업그레이드 등으로 손님을 붙잡으려 안간힘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소에 중국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사대문 안 호텔들이 피해가 크다”며 “우선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관광협회와 피해상황을 파악해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단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L7 홍대 바이 롯데호텔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호텔 객실 방역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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