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업계에 친환경 설비인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연료가 하락에도 스크러버 설치가 원가절감에 탁월하다는 판단에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는 해양 환경보호를 위해 올해부터 황함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사용토록 규제하고 있다. 기존 연료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면 된다.
지난해 12월 스크러버가 장착된 현대상선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진수식 모습. 현대상선은 올 4월부터 순차적으로 12척을 인도받아 디 얼라이언스 유럽 노선에 투입 예정이다. 사진/현대상선
지난해 말부터 저유황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연료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화물 운송량이 줄자 연료가도 하락 추세다.
전날 기준으로 VLSFO(초저유황유) 가격은 톤당 281.5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 741달러로 치솟았다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고유황유(IFO380) 가격도 400달러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196달러로 하락했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는 연초 300달러에서 85.5달러까지 좁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러버 설치 수요는 여전하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스크러버 설치 예정 선박은 8000~1만1999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이 112척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최근에도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117척이 스크러버 설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황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스크러버 설치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워스트 케이스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차가 50달러라고 해도 10년안에는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스크러버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저유황유 품질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선사들로 형성된 청정해운동맹(Clean Shipping Alliance 2020)은 최근 "연료가 하락에 대한 보도가 스크러버 선택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며 "이 기술은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최적의 방법이다. 스크러버를 사용하면 VLSFO를 둘러싼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주가 스크러버 설치 선박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장기운송계약에 유리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가 연료 비용을 아끼면 화주의 비용을 낮추는 간접적인 역할을 한다"며 "스크러버 설치를 조건부로 장기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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