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선박 연료 저유황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기존 연료와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배기가스 세정장치(스크러버)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저유황유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15일 싱가포르 선박 연료가를 집계하는 십앤벙커(SHIP&BUNKER)에 따르면 초저유황유(VLSFO)가 톤당 3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료 가격은 올초만 하더라도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600달러대를 기록하다가 올 1월6일에는 741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연료 수요 감소로 연료가도 하락하고 있다. 이달 초 400달러대로 떨어진 후 12일에는 325.5달러로 추락했다.
당초 해운업계는 규제 시행으로 연료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제적으로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사들은 유류비 절감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선박 연료 저유황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기존 연료와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배기가스 세정장치(스크러버)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알파라발 스크러버 시험 탑재 모습. 사진. 배가가스정화장치협회(EGCAS) 홈페이지
현대상선은 2018년, 2019년 각 인수한 1만1000TEU(1TEU는 20피트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척에 스크러버를 달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인수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에도 장착됐다. 대한해운도 2018년 포스코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벌크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했고 폴라리스쉬핑도 지난달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스크러버가 달린 초대형 광석선(VLOC)를 인도받았다.
하지만 연료가에 대한 당초 예측이 빗나갔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연료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유황유(IFO 380)와의 가격차는 연초 300달러에서 115달러까지 좁혀졌다.
이에 따라 스크러버의 경제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료가격이 높으면 스크러버가 달린 선박이 경쟁에 유리하지만 고유황유와의 가격차가 줄어들면 스크러버를 단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투자비 회수 기간이 달라질 뿐 스크러버 경제성은 여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 연료 가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저유황유 가격이 하락하면 고유황유도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스크러버를 설치해 더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게 경제적이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말과 올초에 가격차가 300달러 이상 벌어지면서 일부 선사는 이미 투자비를 꽤 회수했을 것"이라며 "연료가에 따라 투자비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거나 짧아질 뿐이지 스크러버 설치로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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