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드러난 '무능', 검찰 마작 스캔들의 '부패' 그리고 한국 수출규제 '역풍'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정권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의 2일 여론조사(지난달 30~31일 실시)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4%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5%로 과반을 돌파했다. 지난주 마이니치신문(27%)과 아사히신문(29%) 조사에서는 정권 유지의 바로미터라는 '지지율 30%'가 붕괴됐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0%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로 상징되는 코로나 사태 대응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또 아베 정권과 밀접한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에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여기에 한국 경제를 위협하기 위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수출규제는 오히려 일본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는 모양새다. 삼성과 LG, SK하이닉스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의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한국 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약진을 초래하면서다. '중요 고객은 잃고 잠재적 라이벌만 키워줬다'는 것이 일본 내 반응으로, 일부 일본 기업들은 아예 한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면서 한국 기업과의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18일 일본의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마이너스 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제품을 계속 사용해 온 한국 기업의 조달 전략 전환은 일본의 소재 제조업체의 실적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 집결을 위해 소위 '한국 때리기'를 일종의 돌파구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31일 우리 정부가 요구한 '수출규제 철회 여부'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또 입국제한 조치 완화 검토에서도 한국은 1차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아베 성향의 일본 언론들은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를 연일 상세히 보도하면서 반한 감정을 키우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3일 이른바 '아베노마스크'로 불리는 천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올려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