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북한이 사상 최악의 수해 피해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경제분야 뿐 아니라 대남과 군사분야 담당 간부들까지 총동원 해 재난지역 복구와 식량난 해결에 팔을 걷었다. 특히 핵과 미사일 개발 담당과 대남 전략 담당까지 전원 동원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피해가 막심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호우·태풍 피해 복구 작업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12명 중 8명을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농업 분야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사·대남·국제업무를 맡고 있는 부위원장들까지 총출동했다.
민생현장에 내정이나그만큼 이번 호우와 태풍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들은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은 황해남도 장연군, 태탄군 여러 농장의 피해복구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
‘경제 원로’ 격인 박봉주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0일에도 황해남도 웅진군 협동농장 찾아 생산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부위원장들이 앞다퉈 수해 피해 현장을 찾는 것은 주민들에게 피해 복구에 주력하고 있다는 선전 효과가 크다.
김정은 위원장도 태풍 ‘바비’가 황해남도 일대를 강타한 직후 피해 지역을 방문해 “당 중앙위원회 각 부서들을 황해남도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 복구 사업에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30일 논설에서 “태풍과 큰물에 의한 피해복구에 총력을 집중함으로써 인민이 겪는 아픔을 가셔주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 것이 당 중앙의 숭고한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행동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로 곡창지대로 꼽히는 황해도 일대가 수해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된 것은 북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식량난에 직접적인 타겪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황해남도의 재령평야(1350㎢)와 연백평야(1150㎢)는 북한 전체 논 면적 6090㎢의 41%를 차지한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북한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북한 침수 피해로 인한 북한의 식량부족량이 122만4000t까지 치솟았다고 추정했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 5월에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86만t으로 전망했다. 현재 알려진대로 최근 집중호우로 3만정보(1정보는 약 1㏊)의 농경지가 침수됐을 경우 수해로 8만4000t의 추가 식량 손실이 발생해 최소한 식량부족량이 94만4000t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최악의 물난리로 꼽히는 2007년 당시를 웃돌거나 맞먹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2007년 당시의 피해규모 13만 정보가 수해를 입을 경우 추가 식량 감소분은 36만4000t으로 전체 식량부족량은 122만4000t까지 늘어난다. 이마저도 제8호 태풍 바비로 인한 추가 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7월17일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북제재 장기화로 외부 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1월 말 중국과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여기에 수해까지 더해져 삼중고의 경제적 위기를 마주한 셈이다.
김영훈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식량 생산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올해 태풍이 직접적으로 황해도 쪽으로 상륙을 했기 때문에 식량 수급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황해남도 폭우, 태풍 피해 농가에서 복구 지원에 나선 모습을 지난달 3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박용준·백주아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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