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한류 이끈 '아시아 넘버 원'…K팝 역사인 보아 데뷔 20주년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누군가의 청춘 한 페이지 장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2023-03-13 17:00:17 2023-03-13 17:00:1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피스 비 마이 네트워크 아이디(Peace B is my network ID). 우린 달라요. 갈 수 없는 세계는 없죠."
 
12일 오후 3 50분 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아시아의 별' 보아(BoA)의 데뷔곡이 4시 공연 직전 음압과 음량을 꽉 채운 사운드로 스피커를 뒤흔들 때, 노란 빛을 발하는 수천개의 '아별봉'(보아의 공식 응원봉)들이 궤적을 그리며, 급기야 은하를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은 '갈 수 없는 세계' '갈 수 있는 세계'로 만든 보아와 K 20년의 역사가 아닌가. 이날 카카오와 하이브가 전격 합의함에 따라 SM 경영권 인수 사태가 마무리 된 가운데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는 여러모로 상징적이었습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사진=SM엔터테인먼트
 
한국 대중음악의 밀레니엄을 열어젖힌 것은 보아였습니다. 14세이던 2000 825일 데뷔 앨범 '아이디 ; 피스 비(ID; Peace B)'를 발표하고, '넘버 원', '아틀란티스 소녀', '걸스온탑', '발렌티' 같은 메가 히트곡을 내며, 일본을 중심으로 한류를 개척했습니다.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차트 정상, NHK '홍백가합전' 출연,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입성...
 
이날 공연은 지난 20년 간 K팝을 선도한 보아의 역사를 들려주는 자리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년이 지난 뒤인 데뷔 23주년에 맞춰 열렸습니다.
 
전면을 화려하게 채운 이중의 시스루 LED와 일렬로 자리한 밴드 셋(전자 기타, 드럼, 베이스기타, 키보드, 퍼커션, 마스터키보드)은 히트곡들을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혀 생동감이 느껴지게 했습니다. 감기에 걸려 100% 기량은 아니라고 했지만, 부드러운 벨벳처럼 미끄러지는 보아의 보컬 기량은 남달랐습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사진=SM엔터테인먼트
 
앙코르까지 크게 보면 총 4막 구성으로 기승전을 나눠 진행한 짜임새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T'자형 돌출 무대로 걸어나오던 초반부 'CAMO'부터 2층 다수 관객들까지 일으켜 세우더니,
직접 전자기타를 메고 록풍으로 편곡한 ‘Forgive Me’를 연주하고, 히트곡 'Hurricane Venus' 'My name' 순서 때는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방울과 투명우산의 몽글몽글한 오브제의 미학 속에서 노래하던 영상이 끝나고(제작 영상 'milky way'), 이동 장치 위에 올라 홀 2층을 한바퀴 도는 보아를 향해 조명이 내리쬘 때('아틀란티스 소녀') 객석은 요동쳤습니다. 곡 서두의 시계소리만 듣고도 "아틀란티스 소녀"라고 외치거나, 또각또각의 구두소리만 듣고도 환호를 쏟아내는 관중들의 분위기도 후끈했습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사진=SM엔터테인먼트
 
파란 공작털 같은 무대장치로 보아를 감싼 'Kiss my lip'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모형의 장식들로 K팝 넘버원의 궁전을 쌓아오리는 듯한 'Better' 같은 연출 미장센들도 돋보였습니다.
 
이와이 슌지풍 러브레터가 연상되는 발라드곡 ‘Merry-Chri’(메리 크리)부터 보사노바풍 'After Midnight', 펑키한 버전으로 편곡한 'VAENTI'까지, 통통 튀는 연주들이 합세해 다채로운 장르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사진=SM엔터테인먼트
 
넘버원까지 부른 뒤 앙코르 직전, 팬들이 먼 훗날 우리를 반주 없이 5차례 연속해 부르며 나의 청춘이 돼 줘 고마워/ 새로운 스무살을 축하해라는 슬로건을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청춘에 제가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20주년 때 꼭 불러보고 싶었던 노래였는데. 마지막으로 불러드리고 싶습니다.”
 
흘러나오는 ‘Little Bird’K팝과 보아가 걸어온 길을 별무리처럼 비춥니다. “마침내 난 꿈을 이뤘죠. 넘어진 만큼 더 높이 뛸 수 있었죠.”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보아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사진=SM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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