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홍콩 운동가 4명의 망명 요청을 거부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홍콩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홍콩 내 반정부 인사들을 돕겠다고 천명했던 미국이 이제 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활동가 4명이 전날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들 4명 중 최소 1명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기소 위기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을 인용해 "망명 계획을 사전에 파악한 홍콩 주재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이들을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코즈웨이베이에서 보행자를 검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 영사관과 홍콩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CMP는 "미국과 중국이 홍콩 문제를 놓고 확전을 피해 신중하고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홍콩 반정부 활동가들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디까지 갈 것인지 한계선을 설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라우시우카이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소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이 진행형인 와중에 자칫 홍콩 영사관 폐쇄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미국 영사관이 이름 없는 활동가를 받아들였다가 이후 망명이 쇄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경계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미국은 그동안 홍콩보안법 관련해 '반정부 인사를 돕겠다' 선언하고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난민 수용 규모를 재할당하는 방식으로 홍콩인들의 망명을 수용하겠단 내용이 담긴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홍콩인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4명의 운동가 망명 시도에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홍콩 학생 운동가 토니 청이 미국 망명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SCMP는 토니 청이 미국 영사관 맞은편 커피숍에서 경찰 내 홍콩보안법 전담조직인 국가안보처에 의해 체포됐으며, 그가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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