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가 800만장을 돌파했다. 매분기 휴면카드가 증가 추세다. 특히 비씨카드는 총 발급카드 대비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넘어 실사용도가 크게 하락했다.
고객이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수가 800만장을 넘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신금융협회가 2일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휴면 신용카드수를 829만장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말(782만6000장) 대비 5.9%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4.2% 늘었다.
대부분 카드사에서 휴면카드수가 전년보다 증가세를 나타냈다. 롯데카드는 3분기 휴면 신용카드가 150만5000장으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보다 8.8% 늘었다. KB국민카드는 두 번째로 휴면카드를 많이 보유했다. KB국민카드의 휴면 신용카드수는 137만1000장으로, 지난해 대비 1.1% 상승했다. 현대와 삼성카드의 휴면 신용카드 수는 각각 114만장, 113만7000장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현대카드는 8.5%, 삼성카드는 6.3% 늘었다.
중소형 카드사들도 휴면카드수 100만장대 돌파를 목전에 뒀다. 3분기 기준 하나카드의 휴면카드수는 93만4000장으로 지난해 말 대비 22.7% 늘었다. 우리카드는 79만4000장으로 지난해보다 0.89% 증가했다. 비씨카드의 3분기 휴면카드 수는 29만7000장으로, 지난해 말보다 56.3%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신한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휴면카드수가 감소했다. 신한카드의 3분기 휴면카드수는 111만2000장으로, 지난해 말 대비 9.4% 하락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매분기 휴면카드가 줄고 있다.
총 카드수 대비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씨카드가 가장 높았다. 비씨카드는 50.95%로, 발급카드의 절반 이상이 휴면카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뒤를 이어 롯데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13.53%, 11.38%으로 10%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밖에 △KB국민 9.12% △우리 8.55% △삼성 7.87% △현대 7.66% △신한 5.65% 등으로 집계됐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이용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로, 고객들의 카드 사용 유지 기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사업적인 측면에서 카드 개발에 투자한 비용 대비 수익이 적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휴면 신용카드가 증가세를 보이는 데는 복합적인 영향이 반영됐다. 우선 휴면카드 자동 해지 규정이 폐지된 게 주효했다. 과거에는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규제가 고객의 불편을 초래하고, 신규 고객 모집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봐 올해 5월 폐지했다. 5년 유효기간 내 휴면카드를 재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휴면카드수가 증가한 것이다.
과도한 마케팅도 휴면카드를 늘어나게 하는 한 원인이다.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 발급 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자, 초기 혜택만 누리고 장기적으로 카드를 이용 안 하는 고객이 늘었다. 특히 최근 핀테크 플랫폼 등 카드 발급 통로가 다양해져 혜택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직접적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카드 발급이 가능한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휴면카드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휴면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어렵다"며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카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으로 혜택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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