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고강도 쇄신으로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쟁력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롯데는 성장을 위해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올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조직 문화 쇄신을 주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진한 경영지표를 지적하며,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진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핵심축인 유통 부문은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해를 보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2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적자구조로 돌아섰다. 유통과 화학이 부진하면서 국내 5대 그룹 전체 매출에서 롯데그룹의 비중이 해마다 줄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 계열사에 50대 초반 젊은 대표이사를 대거 등용했다. 임직원 직급단계도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줄이거나 없앴다. 부사장 직급의 승진 연한이 폐지되고,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직급은 '상무보' 단일 직급으로 통합됐다. 이번 직제 개편으로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변화에 늦은 롯데 특유의 관료주의 문화를 개선하고,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는 젊은 경영자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그룹 제공
유통, 식품 부문은 온라인으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과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롯데온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2014년부터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롯데가 오랫동안 오프라인 사업의 사고방식으로 온라인 사업에 접근하면서 진척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또, 유통환경을 선도하기보다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단순히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과 신 회장의 그룹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호텔롯데 상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면세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지난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4623억원에 달하며,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AA-'로 하향 조정했다. 신 회장은 최근 호텔롯데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호텔롯데 상장 수순을 밟기 위한 선제적 결정에 나섰다. 기업공개(IPO) 심사 과정에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평가 요인이 되는 만큼 사전에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작업이란 분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가 비용 효율화 노력으로 올해 롯데지주의 실적가시성은 높지만, 지배구조 최상단의 호텔롯데 실적 부진 지속으로 IPO 재개와 롯데지주와의 통합지주회사 체제 형성도 지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그룹 핵심축인 유통 부문의 구조조정과 함께 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롯데쇼핑은 1년도 안 돼 목표의 절반을 달성했다.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면서 '언택트' 시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화학 부문에서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와 연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앞서 2023년까지 총 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이 가운데 40%인 20조원을 국내외 화학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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