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이 늘자 배당 규모를 일제히 확대했다. 배당을 줄이라는 당국의 경고가 무색해졌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년보다 배당액 지급 총액을 확대했다. 사진/뉴시스
4일 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174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배당총액은 2000억원이다. 전년 주당 배당금 1087원, 배당총액 1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증가했다.
국민카드는 KB금융지주에서 전액 출자한 회사다. 배당금 전액이 KB금융지주에 들어간다. 배당 지급일은 주주총회 결의일 3일로부터 1개월 이내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29일 결산배당 금액을 책정했다. 지난해 배당총액은 1467억원이다. 전년(1006억원) 대비 45.8% 증가했다. 주당 배당액은 627원에서 914원으로 올랐다. 배당금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커머셜 등 주주에 제공될 예정이다.
삼성카드(029780)는 지난해 배당총액을 1921억원으로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전년보다 12.5%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 상장사로 최대주주인 삼성생명보험과 기타 소액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카드사들의 배당금은 늘었지만 배당성향은 소폭 줄었다. 배당총액 대비 순이익 증가폭이 더 확대되면서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별도기준 배당성향은 57.2%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약 3%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카드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1.4%포인트 하락한 48.2%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여전히 고배당 기조를 펼친 데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덕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이 감소해 순이익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카드론 등 대출 수요 증가에 따른 수익 확대도 기여했다. 실제 지난해 별도기준 현대카드 당기순이익은 2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2% 증가했다. 삼성카드 순익도 전년보다 15.9% 증가한 3988억원을 기록했다.
주주친화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금융지주사로부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배당을 확대하는 이유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주요 카드사가 미래 신사업에 대한 투자보다 일부 지주사를 위한 배당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건전성 악화를 대비해 자본 축척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당국은 2금융권에도 코로나 장기화를 고려해 배당 축소를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 취약 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재유예되면서 자본 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드사들은 아직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본적정성, 레버리지 규제 비율, 자산성장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자본적정성 차원상 부정적 영향이 없는 수준에서 배당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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