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양국 사이에서 고도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TSMC는 어느 나라에도 비우호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입지는 더욱 공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는 일본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하고 일본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일본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분야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칩을 포장하는 후공정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는 우수한 장비 제조 업체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TSMC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만하다.
이번 기회로 TSMC는 일본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쌓는 모습이다. 앞서 2019년 TSMC와 도쿄대학교는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해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해는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나 연구기관과의 공동개발을 전제로 TSMC 등 외국 기업에 수년간 수천억엔(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되면서 양국의 협력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반도체 후공정 분야는 중국도 다른 국가 못지 않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 상황에서 굳이 중국과 협력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양국 사이에서 고도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TSMC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전쟁 사이에서 고도의 줄타기를 벌이는 모습이다. TSMC는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대형 고객인 중국 화웨이를 잃었다. 미국 상무부가 사전 승인 없이 미국의 기술·장비를 이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외국 기업이 입수하지 못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TSMC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전면 중단하며 규제를 수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화웨이에만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을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일부만 수용했을 뿐 중국에 모든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TSMC는 중국 주요 고객을 잃었지만 타격을 입지 않았다. 지난해 TSMC의 영업이익률은 42.3%에 달한다. 여기에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30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에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손길을 보내는 모습이다.
TSMC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격하는 입장인
삼성전자(005930)는 속이 탄다.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한 의사결정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미국과 손을 잡으려는 것보다는 눈치를 보고 것으로 봐야 한다"며 "TSMC는 이번 기회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후공정 분야까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에는 우호적 입장인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