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 깊어지는 갈등의 골…'파업 카드' 꺼낸 노조
노조 부분파업 돌입…생산 손실 불가피
2021-03-22 04:55:21 2021-03-22 04:55:2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2년 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결국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 소식을 연이어 전했는데 노조가 이처럼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 조합원은 4시간 부분 파업에 나섰다. 이날 일부 조합원들은 울산 본사 본관 앞에서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는 "물적분할(법인분할) 과정에서 느낀 직원들의 허탈감과 상처는 어떤 보상으로도 치유하기 어렵다"며 "사측은 조합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했다면 진솔한 자세로 교섭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을 돌며 경적 시위를 하기도 했다.
 
노사는 2019년·2020년 임단협을 놓고 교섭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어렵게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어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며 부결됐다. 당시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6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349% △격려금 약정 임금의 100%+350만원 △각종 손배소송 및 징계 철회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잠정합의안 부결 후 노사는 어렵게 재교섭에 돌입했으나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측에 법인 분할에 따른 특별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추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회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물적분할 후 현대중공업은 부채를 떠안게 됐는데 이는 향후 임금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노조가 반대한 바 있다.
 
지난 3일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울산 본사 본관 앞에서 교섭 재개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노조 관계자는 "23일 회사 창립기념일이고 이후 주총이 예정돼 있어 이때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려고 한다"며 "그런데도 사측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파업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속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56척, 44억달러 규모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연간 목표의 29.5%를 달성했다. 이처럼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생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측은 2018년 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하루 평균 83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파업 시 약 149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못 맞추면 지체보상금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수주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하루 손실이 83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날 4시간 파업으로 약 1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사측은 이날 파업에 대해 "임단협과 무관한 해고자 복직 등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다시 파업을 벌여 안타깝다"며 "최근 조선 경기 회복에 발맞춰 노조도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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