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가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3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합의(컨센서스)를 통한 결의안 채택에만 참여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듭 압박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대화 등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응 수위를 조정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고 예년과 같이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국자는 공동제안국 불참 이유에 대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에 2009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부터 대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당시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북한과 중국을 향해 인권을 고리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에 대해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저지르고 있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도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면서 한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러시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이 일본·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이어가면서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수위 조절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컨센서스로 찬성하는 국가들이 193개 회원국이기 때문에 공동제안국 참여도 중요하지만 컨센서스에 참여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3일(현지시간) 또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주도로 작성된 이번 결의안 초안 공동제안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등 43개국이 참여했다.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하게 규탄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23일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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