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콘텐츠 송출 중단 사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인터넷TV(IPTV)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청자 피해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료방송업계와 콘텐츠제작사업자가 비슷한 형태의 갈등을 반복하고 있지만, 현재 시청자 대상으로는 뚜렷한 대책이나 보상책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상생협의체에서 사업자 간 의견을 모으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U+모바일tv에서 CJ ENM 계열 10개 채널 실시간 방송 중단을 알리는 공지. 사진/U+모바일tv 앱 갈무리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OTT 'U+모바일tv'에 이어 KT의 '시즌'에서도 CJ ENM 계열 10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와 CJ ENM이 지난 11일까지였던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서 합의하지 못하면서 U+모바일tv에서 tvN·엠넷 등 CJ ENM 채널의 실시간 방송이 중단됐다. KT는 '시즌'이 분사하는 오는 7월까지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연장했지만, CJ ENM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U+모바일tv에 전년 대비 175%, 시즌에 1000% 인상한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했다. LG유플러스와 KT는 이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입장이고, CJ ENM은 기존에 OTT 공급 대가로 받아왔던 금액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인상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OTT 채널 송출 중단 사태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5년에는 지상파 3사(KBS·MBC·SBS)가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신사가 운영하는 OTT에 실시간 방송 송출을 끊었다. 이후 지상파 3사가 지분 투자하며 출범한 '웨이브'에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게 됐지만, KT의 시즌이나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에는 재공급되지 않았다. 지상파 3사는 지난 2019년 U+모바일tv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까지 중단했다.
이 문제는 더 나아가 IPTV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OTT는 전초전이었을 뿐, 본 게임은 유료방송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IPTV라고 말한다. 현재 CJ ENM은 전년 대비 25% 인상한 2021년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고, 통신3사(
KT(030200)·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032640))가 운영하는 IPTV는 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딜라이브(케이블TV)와의 분쟁에서처럼 '블랙아웃(송출 중단)' 위기가 IPTV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방송 중단 피해는 이용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채널이 줄어도 이용료 할인을 제공받거나 환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상파 3사의 실시간 채널이 중단됐을 때도 피해 보상은 없었으며, U+모바일tv 약관에는 채널 중단과 관련된 환불 규정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채널 공급 중단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 등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아직 OTT 관련 법제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적극적인 피해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콘텐츠 사용료 갈등에 사업자 간 자율 협상으로 풀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TT와 달리 IPTV는 방송법에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020년 딜라이브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분쟁을 중재해 채널 송출 중단을 막은 것처럼 IPTV에서도 합의를 독려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료방송업계 현안 간담회. 사진/배한님 기자
정부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관련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운영 중인 '유료방송 상생협의회'나 방통위도 참여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협의체'에서 유료방송 업계 상생협의체를 가동할 예정이다. 해당 협의체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협의체'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협의체는 개별 사업자 의견을 계속해 청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는 7월에는 유료방송업계 전반의 문제를 논하는 공청회도 예정돼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지난달 27일 유료방송업계 현안 간담회에서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에서 중재나 일부 가이드라인을 주는 형태로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업계에) 말씀드렸다"며 "가급적 서로 콘텐츠 공급 중단이나 송출 중단 등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여론전은 자제하라고 당부했으며, 타협을 좀 더 세부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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