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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한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성장과 국민 안전을 고려해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균주 보유 업체 중 염기서열을 공개한 곳은
제테마(216080)가 유일하다.
메디톡스(086900)는 염기서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위스콘신대학교가 염기서열을 공개한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염기서열은 미생물 등 생명체의 혈통이 담긴 유전자 배열표다. 인간에게 적용하면 염기서열 조합에 따라 피부색 등 인종적 특징이 구분된다.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눔균은 400만개 안팎의 염기서열 조합으로 구성된다.
보툴리눔 균주 염기서열을 공개하자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염기서열뿐 아니라 균주 획득 경위, 장소, 발견자, 공정 개발자 등을 밝히고 공개토론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자고 주장한다.
메디톡스를 제외한 업체들은 염기서열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염기서열이 동일하다고 도용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학계에선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일부 유전자의 변이를 감안하더라도 염기서열을 통해 균주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조유희 차의과대학 약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약 400만개의 유전자 중 몇 십개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자연적인 변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중요한 정보가 유지되냐 아니냐에 따라 계통적인 거리가 가까운지 알 수 있으며, 최근에 분지된 균주인지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티 대지진 당시 발생한 콜레라균이 네팔에서 유래한 것으로 증명된 사례를 통해 염기서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0년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유엔군이 파견된 이후 콜레라가 확산했는데,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 유엔군 중 네팔인을 통해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콜레라균을 분석했더니 네팔이 속한 남아시아 지역의 균 종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의 투명성뿐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염기서열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 중인 업체들 중 일부는 자연상태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조 교수 주장은 보툴리눔균이 맹독성 세균이라 생화학 테러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산업적 측면에서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국민 안전도 중요하다"라며 "우리나라 도처에서 맹독균이 발견되는 게 현실이라면 국민 안전을 위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툴리눔균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질병관리청은 향후 국회와의 입법 과정을 거쳐 균주 제출 의무화 법안을 마련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계획이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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