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주택가격이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에 실물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택가격 변동의 실물·물가에 대한 영향이 비대칭적 특성을 보이는 만큼, 주택가격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협 요인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을 발표했다.
이론적으로 주택과 같은 자산은 가격 상승 시 소비가 증가하는 '부의 효과'를 통해 실물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한은은 실증 분석을 통해 최근 들어 이 같은 부의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주택 보유자와 비 보유자 간 반응 차이 △고령화에 따른 예비적 저축 유인 확대 △부동산 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한은은 주택가격 변동 방향에 따른 비대칭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 부채가 증가할 경우 부채가 지렛대(레버리지) 역할을 해 부의 효과를 촉진하지만, 가격이 하락할 시에는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가계의 차입 제약이 두드러져 소비 위축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차입 제약이 반영된 DSGE 모형 추정 분석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각각 75%, 40%로 설정하고 주택가격 하락폭을 매우 높은 –20%로 가정할 시, 75%일 때 소비 및 고용 부진이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기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실물 경기에 부담을 준다는 의미다.
또 실물변수, 주택가격, 금융변수 등이 포함된 임계 VAR 실증분석에서도 주택가격 하락 국면 시 신용 레버리지 조정 국면에서 거시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둔화됐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DSGE 모형 추정에서는 주택가격 하락기의 하락폭이 상승기의 상승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VAR 분석에서는 주택가격 하락 시 성장률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도 유의하게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이 같은 데이터 실증을 토대로,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가격 변동 방향에 따라 비대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주택가격이 실물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가격 상승 시에는 유의하지 않았지만, 하락 시에는 유의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그만큼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져 추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계 부채가 쌓인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주택가격 조정은 부정적 영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경제 주체들의 대출 레버리지를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을 발표하며, 국내 주택가격이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에 실물 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크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가락 쌍용 1차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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