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SDI, 미 자동차 '빅3' 스텔란티스와 손잡는다
이르면 이번주 한국 삼성SDI 본사서 고위관계자 미팅
합작사 설립 여부 등 배터리 셀 공급·협력 방안 논의
2021-08-10 18:42:05 2021-08-10 18:42:05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삼성SDI(006400)가 세계 4위·미국 3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이르면 이번 주 만나 배터리 셀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합작사(JV) 설립을 통해 배터리를 공급할지, 자체 공장으로 배터리를 공급할지 여부는 이른 시일 내 확정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고위 관계자들과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 한국 본사에서 만나 배터리 셀 공급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양사는 지난 6월 중순 스텔란티스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간주 오번힐스에서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협력을 공식화하면 K-배터리 3사와 미국 완성차 3사의 동맹이 완성된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자동차사 빅3 중 하나로, 올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미국 1위인 제너럴모터스(GM), SK이노베이션(096770)은 2위인 포드와 합작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파트너로 스텔란티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속됐다. 
 
삼성SDI는 미국 진출 계획을 꾸준히 밝혀왔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6월9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1 행사에 참석해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은 글로벌 전기차 3대 축 중 하나인 중요한 시장으로 2025년부터 주요 부품 역내 생산이 불가피하다"며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K-배터리 기업 중 미국 내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이 없는 기업은 삼성SDI가 유일하다.  
 
삼성SDI 관계자는 "통상 고객사와의 미팅은 수시로 있는 것"이라며 "미국 진출과 관련해서는 다양하게 검토 중이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양사가 이번 만남을 통해 JV 설립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조율할지, 배터리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오는 하반기 스텔란티스가 내놓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지프의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랭글러 4XE'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인 만큼 양사간 협력은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JV를 설립하게 되면 미국 디트로이트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디트로이트 인근 오번힐스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장을 운영 중이다. 스텔란티스도 디트로이트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JV 설립 안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배터리사 입장에서 JV 설립은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급처가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외에도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 등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삼성이 독자적인 미국 생산기지를 만들어 초기 생산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삼성SDI가 독일 보쉬와 SB리모티브(SBL) 합작사를 설립했다 실패한 적이 있는 만큼 LG와 SK와 비교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합작을 하더라도 전용 라인에 더해 리비안 등 타 고객사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SDI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나온 가운데 삼성SDI의 미국 신규 공장 건설 관련 투자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과거 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인 엑소르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만큼 스텔란티스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오너십 부재로 주춤했던 삼성SDI의 미국 투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SDI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가 가시화한 만큼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산업에서도 이 부회장의 '통 큰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 예상했다. 
 
전날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삼성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해 미국에 최소 35억달러(한화 약 4조225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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